'北 실험중단' 성과 훼손될라 볼턴 누르기…'레드라인' 설정했다는 분석도
제재유지 원칙 속 속도조절론 재확인…北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방일 기간 연일 그 의미를 축소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달래기에 나섰다.
26일 트윗을 통해 '작은 무기들'이라고 칭한 데 이어 27일 미·일 정상회담 후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2년간 핵실험이 없었다는 걸 내세우면서 '탄도미사일 발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며 '유엔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에도 견해를 달리한다고 했다.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발언을 거듭 반박하는 한편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적 신뢰를 재확인함으로써 추가도발 방지 등 '상황관리'를 통해 북미 간 긴장 해소의 돌파구 마련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아베까지 반박하며 김정은 감싸…''北미사일' 美日균열" / 연합뉴스 (Yonhapnews)
기자회견 직전 북한이 탄도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의 금지는 '자위권 포기' 요구라면서 볼턴 보좌관에 대해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 '인간도작품',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 등의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으며 강력히 반발한 가운데서다.
특히 북한의 발사에 대해 강경한 스탠스를 취해온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일 간 밀월 과시를 위해 각별한 공을 들여온 아베 총리를 바로 옆에 두고 간극 노출을 감수하면서까지 미사일 발사 의미 축소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북미 교착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제재 유지' 입장을 재확인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속도조절론도 분명히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는 말은 뒤집어서 보면 '이 이상은 안 된다'는 레드라인을 설정, 추가도발에 대한 우회적 경고에 나선 것으로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똑똑하다"고 추켜세우면서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서는 번영하지 못한다. (김 위원장이) 핵을 갖고는 나쁜 일만 일어날 것을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여전히 좋은 감정을 표시하고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의 지리적 좋은 입지요건을 들어 '경제적 잠재력'도 재차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보다 이달 들어 두 차례 이뤄진 북한의 발사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의미 축소를 시도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볼턴 보좌관의 언급을 겨냥한 듯,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과 견해를 달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핵실험이 없었다면서 '탄도미사일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0'과 '0'이었다"고도 했다.
볼턴 보좌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규정에 '탄도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사 목적에 대해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도발 목적보다는 자신에게 우회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을 통해 그 파장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신속하게 볼턴 보좌관 발언 불 끄기에 나서면서 의미 절하를 시도한 데는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대표적 대북 외교 치적으로 내세워 온 것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탄도미사일'임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제재 위반 문제로 직결되면서 강경론 확산 가능성 등 대북 대응 수위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으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직접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3개 이상을 발사한 두 차례의 미사일 실험 자체가 마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2차 발사 당시에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만 하고 '탄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지난 19일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실험이 없었다"면서 아예 북한의 두 차례 발사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누르고 북한 문제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에 대한 북한의 반발 심리를 무마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톱다운 해결' 의지에 대한 메시지를 거듭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김 위원장에 대한 유화 메시지 발신을 통해 추가적인 도발 등 궤도이탈을 막음으로써 상황관리를 하기 위한 차원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과의 긴장 고조, 미·중 무역 전쟁 등 가뜩이나 대외 전선이 어지럽게 전개되는 가운데 북한 문제까지 악화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재선 가도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 들어가면서도 "북·미 간에는 좋은, 어쩌면 매우 큰 존경심이 이 있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좋은 관계에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앞서 그는 볼턴 보좌관의 '탄도미사일' 발언이 나온 다음 날인 26일 이른 아침 트윗을 통해 '북한의 작은 무기들 발사가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면서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자신의 관계가 여전히 좋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약속 이행에 대해 확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제재는 유지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나는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엄청난 제재가 북한에 가해지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큰 틀에서 '빅딜론'을 견지하며 북한의 페이스에 말려 제재문제 등에서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탄도미사일도, 장거리 미사일도 없었다'는 발언으로 북한을 향해 "장거리 등은 안된다"는 '레드라인'을 설정했다. 미국 의회 등 조야에서 강경론이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강공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을 우회 경고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자칫 북한의 추가적 저강도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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