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불명예 32세 오스트리아 총리…9월 총선서 재기 선언

입력 2019-05-28 10:55  

불신임 불명예 32세 오스트리아 총리…9월 총선서 재기 선언
쿠르츠, 극우-중도좌파 '결탁' 낙마…최단명·불신임 축출 불명예
자신감 있는 행보 주춤…유럽의회 선거 1위 발판 복귀 다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럽 보수파의 기대주인 32살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의회 불신임이라는 암초를 만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퇴진은 2017년 31살의 나이로 '민주선거로 뽑힌 세계 최연소 지도자'라는 영예와 함께 총리에 오른 지 525일 만이다.
쿠르츠는 또 오스트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새롭게 재편된 후 최단명이며, 불신임 투표로 축출된 첫 총리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츠는 약 10년 전 로스쿨 재학 중 보수성향의 국민당 청년 대표로 선출되면서 당 지도부의 주목을 받게 됐다.
잘 생긴 외모에 똑똑하고 리더십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쿠르츠는 2013년에는 외무장관직을 맡아 당 이미지 개선에 기여하면서 일찌감치 차세대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당의 희망대로 그는 2017년 총선에서 당을 제1당으로 올려놓으며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는 총선 승리 후 전통적인 연정 파트너였던 사회민주당 대신 반이민을 앞세운 '비주류' 극우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선택했다.
자유당 소속 각료들의 인종차별, 나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유럽에서 거세게 부는 반이민 정서를 바탕으로 국정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갔다.
하지만 자유당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선택은 최근 엉뚱한 방향에서 자신의 임기를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자유당 대표인 하인츠 크리스트안 슈트라헤 부총리가 러시아 재벌의 조카라는 여성과 부정한 거래를 하는 내용의 영상이 지난 17일 공개됐기 때문이다.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했고 결국 슈트라헤 부총리가 다음날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쿠르츠 총리는 연정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선언하고 자유당 소속 장관들도 모두 해임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런 조치에 자유당 측은 반발했다. 쿠르츠 총리가 슈트라헤 동영상 공개를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기회로 삼는다고 비난했고, 야당 사회민주당 측도 이런 주장에 동조했다.
정치적으로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극우 자유당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손을 잡으면서 쿠르츠는 총리직에서 축출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쿠르츠는 총리직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단독정부 구성 의지도 피력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쿠르츠는 27일 불신임 투표 가결 수 시간 후 지지자들 앞에 서서 오는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되돌아갈 것을 천명했다.
쿠르츠는 이 자리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약 2년 전 우리가 시작한 변화는 오늘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에 복귀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총리의 이점을 선거에서 누릴 수는 없지만, 쿠르츠의 이런 선언이 허황한 것만은 아니다.
유럽 보수파의 기대주로 관심을 끌고 있고 국내의 지지율도 견고한 상황에서 쿠르츠가 이끄는 국민당은 26일 유럽의회 선거 개표결과 양호한 성적을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5년 전보다 지지율이 8%가량 오른 34.9%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반면 사회민주당은 23.6%, 자유당은 17.2%를 각각 기록했다.
젊은 지도자로 세계의 관심을 받아온 쿠르츠가 9월 조기 총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할지, 아니면 제 발등 찍은 결과를 받아들지 현재 전망은 엇갈리는 실정이다.
한편 오스트리아 정부는 9월 총선 전까지 석달짜리 임시 내각 체제로 운영된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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