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원이 최선?'…전국 지자체 선심성 복지정책 논란

입력 2019-05-28 14:07  

'현금지원이 최선?'…전국 지자체 선심성 복지정책 논란
수혜자 구분돼 형평성 논란, 중앙 정부 정책과 중첩도
"선심성 현금지원 복지에 열악한 지방 재정 낭비" 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서울 중구에 사는 65세 이상의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만1천여명은 매달 구청에서 10만원을 받는다. 이들은 중구에서 지난 2월 25부터 시행한 '어르신 공로수당' 복지정책의 수혜자다.
서울 시내 다른 24개 구는 중구의 이러한 정책에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중구가 타 자치구보다 인구가 적고 재정 여력이 있기 때문에 현금지원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본다.
부작용도 나온다. 한 아파트 단지는 4개 동 중 3개 동은 중구, 1개 동은 인접한 성동구 관할이라 같은 아파트 안에서도 정책의 수혜자가 나뉜다. 매달 10만원이지만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자체별로 추진하는 현금지원 복지는 이처럼 논쟁거리가 된다.
수혜자와 미수혜자가 나뉘거나, 정부의 복지정책과 중첩되거나, 지자체별로 혜택 범위가 달라 형평성 논란을 부른다.
경기도 성남시가 추진했던 청년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시는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모든 청년에게 매달 5만원의 교통비를 추가 지원하는 현금지원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은수미 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본예산에 19억여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미 지급하는 교통비를 지자체가 추가 지급하는 것은 중복지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시는 협의 끝에 이 정책을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협의 과정에서 중복지원을 문제 삼아 취약계층 청년들에 대한 선택지원을 검토했다"며 "그러나 대상자 선발을 위한 행정력 낭비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에 따라 사실상 정책을 접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인천시의 청년수당과 청년 통장 사업도 지원대상과 선정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수당은 미취업 청년을 위한 일종의 활동비로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 2년 이상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에게 매달 50만 원씩 6개월간 쓸 수 있는 돈을 체크카드로 지급한다.
학원비나 도서구매비는 물론 식사할 때와 교통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구직 이력이 있으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선정기준을 두고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250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만, 대상이 늘수록 이러한 논란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가 시(市) 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에도 뒷말이 나온다.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1단계로 국민 기초생활 수급권자와 장애인, 다자녀 가정(3자녀 이상) 대학생 자녀에게 등록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어 2단계로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정 등 사회적 약자 대학생 자녀까지, 3단계로 소득분위 6분위까지, 마지막 4단계로 관내 전 대학생으로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안산시 내 전체 대학생은 2만300여명이다.
소요 예산은 2단계로 확대 시 연간 71억원, 4단계로 확대 시 335억원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서는 미진학 고교졸업생·조기 창업자·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업에 열중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 등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거론된다.
지원 대상자가 대학생으로 한정되다 보니 불가피한 사유 등으로 진학을 하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지원 복지정책에 대한 논란은 출산·육아 지원으로도 번진다.
인구절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임산부 등에 대한 지원을 반기는 여론이 대다수지만, 지자체별로 지원 범위나 혜택이 다른 게 항상 뒷말을 낳는다.
현금지원이 거의 없는 지자체도 있지만, 출산할 때마다 수백만 원의 현금을 주는 지자체도 있어 형평성 시비를 부른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지자체의 선심성 현금복지 정책에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혜택을 받는 대상자 입장에서는 자율성 측면에서 현금복지를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중앙과 지방정부가 분리된 상태에서 시행하는 현금복지는 지역 간 격차를 발생시키는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 정부 차원에서 현금으로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방정부는 열악한 재정상 여러 논란이 있으므로 이를 지양하고 서비스 전달체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고성식, 홍창진, 김지헌, 이정훈, 박창수, 김재선, 박영서, 최찬흥, 김도윤, 신민재, 김준호, 전창해, 정경재 기자)
ja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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