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보호기관 축구대회 4회째 열어…이영표 해설위원 참석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평소에 화를 못 참아서 약을 먹어야 할 정도였는데, 오늘은 약을 안 먹어도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땀을 흘리니 화도 안 나고 기분이 좋아요."
28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는 조금 특별한 축구 대회 '슈팅★스타'가 열렸다.
경기에 출전한 로뎀 청소년학교,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돈보스코 오라토리오, 효광원 등 4개 기관은 소년법원의 '6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이 지내는 보호기관이다.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에게 법원이 내리는 10단계의 처분 중 6호 처분을 받으면 6개월∼1년간 아동복지법에 따른 시설이나 기타 소년 보호시설에서 지내며 감호 위탁 처분을 받아야 한다.
의정부지법은 6호 처분 소년들의 교화와 건전한 성장을 돕기 위해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 나눔재단과 함께 축구대회 슈팅★스타를 2016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이날 화창한 날씨에 최고 수준의 시설을 자랑하는 NFC에서 뛰게 된 소년들은 경기 전부터 들뜬 모습이었다.
팀별로 유니폼을 맞춰 입은 소년들의 팔과 다리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문신들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하고, 골을 넣은 후 담당 교사와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모습은 여느 청소년과 다르지 않았다.
살레시오 센터에서 생활하는 A(17)군은 이달 21일 퇴소 예정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퇴소를 미뤘다.
A군은 "축구를 좋아해 이번 대회에서 꼭 뛰고 싶어 퇴소를 미뤘다"며 "중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면서 응원이나 칭찬을 별로 들은 기억이 없는데, 오늘은 친구들이 응원을 많이 해 줘서 너무 좋다"고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 B(17)군은 "중학교 때 유도 선수 생활을 하다 그만둔 후 방황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는데 땀을 흘리며 친구들과 뛰니 행복하다"며 "경기장에서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이영표 해설위원도 방문했다. 이 위원이 축구공으로 골대를 맞히는 시범을 보이자 행사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위원은 이날 참가 소년들에게 "규칙과 질서는 축구를 가장 잘 즐기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우리는 항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소년들에게 조언했다.
행사를 준비한 의정부지법 소년 단독 왕지훈 판사는 "이번 행사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규칙과 질서, 협동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며 "대회를 준비하고 시합하며 소년들이 추억을 쌓고, 퇴소 후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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