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조작·은폐 '인보사 사태' 제2의 황우석 사태 아닌가

입력 2019-05-28 15:01   수정 2019-05-29 13:32

[연합시론] 조작·은폐 '인보사 사태' 제2의 황우석 사태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허가가 취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 주성분 가운데 하나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적힌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로 확인돼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사실대로 허가 신청을 했다면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모르는 척하고 거짓 자료를 냈다는 것이 발표의 핵심이다. 정부와 바이오 대기업만 믿고 한번 치료에 700만원이나 한다는 인보사 치료를 받은 환자나 회사의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보사는 하나(1액)에는 순수한 연골세포가, 다른 하나(2액)에는 세포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장착된 연골세포가 들어있는 두 가지 주사제로 구성된다. 최근 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로 바뀐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7월 국내 판매허가를 받기 전에 이 사실을 알았느냐가 그동안 논란의 쟁점이었는데,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전에 알고도 이를 숨긴 것으로 판단했다. 이 회사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미국의 위탁생산업체 론자(Lonza)로부터 인보사의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결과를 받은 것은 2017년 3월로, 식약처 허가를 받기 4개월 전이다. 인보사 성분이 바뀐 사실은 STR 검사 결과에 나와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뢰가 생명인 바이오제약 업계에 큰 상처를 남겼다. 식약처 허가 전에 인보사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것은 사실상 데이터 조작이나 다름없다. 사람의 난자에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추출했다는 거짓 논문으로 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황우석 사태도 데이터 조작이 본질이다. 황우석 사태로 한국 생명과학계가 국제적 신뢰를 잃었고, 관련 연구가 얼마나 뒷걸음질을 쳤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동안 올해 2월 말께 SRT 검사 결과를 받았고, 이때 처음으로 인보사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명해왔다. 이 해명마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아무리 무거운 처벌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인보사 치료를 받은 환자나 대기업의 신약 허가를 믿고 투자한 소액 투자자 보상 문제가 심각하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안전성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연골세포의 성장을 돕는 유전자가 주입된 세포(2액)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라면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 주장도 있다. 환자들은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주사제를 비싼 돈을 주고 맞은 셈이다. 인보사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추적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보사는 지금까지 3천700여 차례 투여됐다. 인보사 논란으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 티슈진 소액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입은 손해도 4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코오롱생명과학 사내이사로 있다가 물러난 이웅렬 전 회장은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분명히 책임지길 바란다. 그것만이 이미 소송에 나선 환자와 투자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며, 바이오제약 업계에 사죄하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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