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로맨스 중에서는 '단, 하나의 사랑'만 선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가, 한여름인듯 무더웠다가, 이따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요즘 날씨는 '현실 연애'를 보는 듯하다.
한동안 판타지가 강세인가 싶더니, 최근에는 MBC TV 수목극 '봄밤'과 JTBC 월화극 '바람이 분다' 등 현실감을 강조한 멜로극에 시청자 눈이 쏠리는 분위기다.
28일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5월 넷째 주(20~26일) 콘텐츠영향력평가지수(CPI·하단용어설명 참조) 집계에서 '봄밤'이 단숨에 2위로 진입했다. CPI 지수는 263.5.
CPI 보고서는 종합편성채널은 집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바람이 분다'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작품 역시 3%대 시청률로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며 '봄밤'과 함께 멜로 전성기를 다시 열었다.
무엇보다도 스토리를 가장 중요시하고, 롱테이크 촬영 기법으로 인물들의 세심한 감정선까지 놓치지 않는 안판석 PD 스타일은 신작 '봄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다시 한번 남주인공을 맡은 정해인에 더해 극 분위기나 종종 흐르는 팝송은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동화나 판타지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면 '봄밤'에는 더욱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오랜 연인 기석(김준한 분)과 감흥 없이 관계를 이어나가던 도서관 사서 정인(한지민)과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약사 지호(정해인)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는 과정은 급작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현실적이다.
대놓고 다가갈 수 없는 처지에서도 서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조금씩 끌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아슬아슬한 몰입감을 준다. 농구장에서 보여준 정인과 지호의 시선 교환 장면은 '봄밤'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신(scene)이었다.
'바람이 분다'는 첫사랑과 결혼했지만 존재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서 다시 한번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중년 남성을 그린다.
초반에 보여준 3년 차 부부의 권태기, 보고만 있어도 가슴 치게 만드는 말싸움 장면과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현실감을 더했다. 치매가 노인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는 것 역시 우리가 종종 접하는 현실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초반부터 두 사람 관계가 틀어지면 틀어질수록 후반부 알츠하이머로 인한 시련과,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질 사랑이 절절하게 그려질 것을 예상하며 감우성과 김하늘, 두 사람 호흡에 주목한다.
판타지 로맨스 중에서는 KBS 2TV 수목극 '단, 하나의 사랑'이 유일하게 선전 중이다. 이 작품은 CPI 지수 3위(247.2)로 신규 진입했다.
발레라는 볼거리에 더해 아픔과 치유라는 군더더기 없고 분명한 서사, 그리고 여주인공 신혜선의 열연이 호평받는다.
다만 '어비스'나 '초면에 사랑합니다', '절대그이' 등 현실보다는 상상력을 강조한 다른 로맨스극들은 시청률도 화제성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분위기다.
CPI 1위는 4주 연속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듀스 엑스(X) 101'이 차지했으며, 5위에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tvN 다큐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이 올라 눈길을 끌었다.
☞ 용어설명 : CPI 지수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CJ ENM 7개 채널(tvN·Mnet·OCN·온스타일·OtvN·올리브·XtvN)에서 프라임 시간대 방송하는 드라마, 연예·오락, 음악,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인기도를 파악하는 지표다. 이 지수는 주간 단위로 프로그램 관련 직접 검색자수(국내 주요 포털 6개사), 소셜미디어 버즈량(블로그·게시판·SNS 전수조사) 2가지 실측 데이터를 200점 기준 표준점수로 환산해 산출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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