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중 비슷한 영화 없는 '봉준호스러운' 작품…칸 수상 예감"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언젠가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좋은 소식을 듣게 돼 너무 기뻤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우리말 대사를 영어 자막으로 옮긴 달시 파켓(47)은 칸영화제 수상의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그는 미국 출신 영화평론가로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자막번역가와 영화제 프로그램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힘써왔다. 저예산·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들꽃영화상 집행위원장도 맡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공작' '택시운전사' '곡성' '마약왕' 등의 영어 자막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28일 전화로 만난 그는 "올해 2월 미국에 있을 때 초벌 번역을 했고, 이후 한국에 들어와 봉준호 감독과 투자배급사 CJ ENM과 함께 수정 작업을 거쳐다"고 말했다.
'기생충'에는 우리말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가 많다. 특히 인물마다 대사 분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는 "번역할 때 배우들 연기를 중요하게 본다"면서 "연기를 보면서 리듬감과 느낌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칸영화제에서 외국 관객들은 웃음 포인트 때마다 박장대소를 했다.
그는 '기생충'을 7번 봤다고 했다. 그는 "번역 때문이기도 했지만, 굉장히 재미있어서 여러 번 봤다"며 "한국영화 가운데 비슷한 영화가 없는 것 같다. '살인의 추억' 등 봉준호 전작과 비교해도 비슷한 느낌이 없으면서도, 확실히 봉준호스러운 영화"라고 평했다.
그는 번역 당시 칸영화제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한다
"굉장히 유니크한 영화에요. 이야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신마다 재미가 있죠. 초반에는 코미디로 굉장히 웃기다가 중후반부터는 분위기가 바뀝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여서 상을 받을 거라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그는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 자신의 SNS에 "지난 2월 영어 자막을 썼는데 3개월 동안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어 외로웠다"고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서 참기 힘들었다"며 웃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