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측 반격…'바이든 조롱한 김정은 두둔' 트럼프 발언 시끌

입력 2019-05-29 06:29   수정 2019-05-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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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측 반격…'바이든 조롱한 김정은 두둔' 트럼프 발언 시끌
트럼프 캠프도 재반격…양측 신경전에 '김정은, 美대선 한복판으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일본 국빈 방문 기간 '잠재적 라이벌'인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폭'한 북한 측의 손을 들어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미국 땅을 다시 밟자마자 성명을 내며 반격에 나섰고, 트럼프 캠프 측도 곧바로 재반격을 시도하는 등 양측의 감정싸움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낸 성명에서 "외국에서, 그것도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27일)에 동료 미국 국민이자 전직 부대통령에 맞서 잔인한 독재자 편을 반복적으로 드는 것 자체가 모든 걸 다 이야기해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직의 품위 이하의 처사"라고 비난했다.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행이 "헬싱키에서 푸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것을 포함해 우리의 제도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독재자들을 끌어 안아온 패턴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미 정보기관들의 조사결과보다는 오히려 의혹을 부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엄청난 역풍에 부딪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수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며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톱다운 해법'을 모색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26일 오전 일찍 트윗을 올려 북한의 두 차례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었다고 규정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발언을 뒤집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한 것을 끄집어내며 "그(김 위원장)가 조 바이든을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고 반기며 "아마도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한 첫 공식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독재자'와 '폭군'으로 지칭하자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논평을 내고 '지능지수가 모자라는 멍청이' 등의 인신공격성 표현을 써가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올린 다음 날인 27일 미일 정상회담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의 성명에 동의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은 재앙이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의 이날 반박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온 직후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캠프 측은 대통령이 해외에 있을 때는 비난을 자제하는 관행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 때까지 성명을 내지 않고 기다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 측도 즉각적으로 재역공을 시도했다.
트럼프 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트위터 글을 통해 "그러한 비판이 지난 2월 외국 땅에서 대통령을 공격했던 조 바이든의 입에서 나오다니 참으로 재미있다"고 비꼬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시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및 이민자 가족 분리정책을 비난했던 걸 겨냥한 것이라고 더힐은 전했다.
머토 대변인은 또한 오바마 행정부가 '잔인한 독재자 편을 든 예'로 이란 핵 합의 등을 꼽기도 했다.
미국 조야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미국인 보다 독재자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점을 두고 비판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초당파적 비난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피터 킹(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동료 미국인 대신 잔인한 독재자의 편을 드는 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직공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보다 '살인적인 독재자'와 보조를 맞춤으로써 재선에 도움만 된다면 미국 민주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든 간에 외국의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신경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2020년 미국 대선전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온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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