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만3천TEU급 '컨'선 유럽 투입 앞서 운항하며 각종 정보 수집
"가장 효율적인 운항 위해 늘 고민…연료절감과 시간단축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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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함부르크=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현대상선만큼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선사는 없을 겁니다. 내년에 2만3천TEU급 선단이 구축되면 글로벌 선사들과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봅니다."
이달 18∼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독일 함부르크항을 운항한 현대포워드호의 유대석(41) 선장은 이 구간에 동승한 연합뉴스 기자에게 내년 투입되는 현대상선[011200]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단에 대한 기대감을 수시로 표현했다.
현대상선은 내년 4월부터 순차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2만3천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들여와 아시아∼북유럽(AEX·Asia Europe Express)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 배에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도 설치된다.
IMO 환경규제는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을 현재 3.5%에서 0.5%로 줄이는 내용이다.
유 선장은 "2만3천TEU 적재가 가능한 선박은 운송 원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운임에 맞춘 서비스가 가능하다. 충분히 시장에 어필할 수 있다. 그 때가 너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내년 초대형 컨테이너 선단 투입에 앞서 작년 4월 AEX 노선에 4천60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투입, 1주일 간격으로 각 기항지에서 화물을 처리하며 각종 운항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현대포워드호도 이 임무를 부여받은 11척 중 1척이다.
초대형 컨테이너 선단의 길을 닦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매회 운항이 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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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선장은 선박 운항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할지를 매 순간 고민하고 있었다.
가장 큰 숙제는 연료 절감과 시간 단축이었다.
환경규제도 연료 절감과 직결된다. IMO 규제에 앞서 이미 북유럽 황산화물 배출 규제해역(SECA·SOx Emission Control Area)에 들어오는 선박은 황 함유량(SOx)을 0.1% 이하로 낮춰야 한다.
연식이 10년이 넘은 현대포워드호에는 스크러버가 설치돼 있지 않아 SECA 구간에 진입하기 약 8시간 전부터 기존 벙커C유보다 1.5배 비싼 저유황유로 연료를 교체해 규제를 준수하고 있었다.
기관실을 책임지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박종문(62) 기관장은 "한국선급(KR)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어느 시점부터 저유황유로 벙커를 바꿀지 계산해 규제를 지키면서도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선장도 "연료 소모량은 시간 당 속력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며 "이를테면 SECA 구간 진입 전까지는 속력을 올리고 구간에 진입하면 속력을 낮춰 저유황유 사용을 줄이는 식으로 운항 전략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어떤 항구에서 급유할지도 본사와 연락하며 꼼꼼히 챙긴다.
이번 항차에서는 유가가 가장 저렴한 로테르담항에서 다음 항차까지 필요한 연료를 계산해 필요량을 끝까지 채워 급유했다.
연료를 아껴야 하지만, 약속한 시각에 항구에 도착하는 것을 늦출 수는 없다.
현대포워드호는 20일 함부르크항 접안을 위해 당초 19일 오후 11시 30분께 엘베강에 진입할 계획이었으나 조류를 이용하기 위해 3시간 빠른 8시 30분으로 시간을 당겼다.
속도를 내느라 연료를 다소 많이 소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2시간을 절감할 수 있어 추후 선박 운용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현대포워드호는 선박평형수를 최소화하면서 컨테이너를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선적 계획을 세우고, 선박 각도를 앞뒤로 일정 부분 조정하는 트림 최적화, 최적 항로 선정, 자동조타 시스템 활용, 프로펠러 도장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효율적인 운항을 꾀하고 있었다.
선장은 선박·운항 관리뿐 아니라 망망대해에서 고된 생활을 하는 선원을 관리하는 책임도 막중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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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선장은 현대포워드호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 6명, 필리핀 선원 14명에게 엄부자모(嚴父慈母) 역할을 해내며 세세히 살피고 있었다.
돌발상황도 관리해야 한다.
함부르크항 접안 직전, 선교(브릿지)에 있는 상황판에 빨간색 불이 들어왔다.
선박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선미 부분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탱크에서 이상이 감지됐다는 신호였다.
운항 중 가장 민감한 시간대에 발생한 돌발상황에 이태웅 일등항해사와 김태형 일등기관사가 바로 달려가 문제를 잡아내 빨간 불을 껐다.
박 기관장은 접안이 무사히 끝난 뒤 "독일 항만 조사관들이 배에 올라 연료를 저유황유로 제때 전환했는지와 선박 운항 전반에 관한 기록을 모두 샅샅이 살펴보고는 '퍼펙트'(완벽하다)라고 했다"며 "가장 분주한 시간대 발생한 이상 신호에도 후배들이 정비를 미루지 않고 처리한 덕에 '퍼펙트'를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유 선장도 "우리 선원들이 어려운 환경에도 항상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해 든든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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