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품질·최저가격 국산품 생산은 국가존엄과 직결"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수입에 매달리면 나라가 망한다."
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들을 향해 가장 많이 전달하는 메시지다.
세계적 수준에 버금가는 질 좋은 국산품을 생산하는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 핵심적인 경제정책으로 등장했지만, 지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체제 존립 차원에서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우리의 제품과 애국심' 제목의 논설에서 "수입에 매달리게 되면 자기 운명을 남에게 통째로 떼 맡기게 되며 종당에는 나라가 망하게 된다"며 "우리의 것을 사랑하고 선호하는 것은 사회주의의 운명과 관련된 사활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수입제품이라고 하여 무턱대고 좋아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의 것은 점차 없어지게 되며 나라의 경제는 제힘으로 일떠서고 제 발로 걸어 나가는 자립경제가 아니라 남의 옷을 입고 남의 힘을 빌려 발전하는 예속경제가 되고 만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지금 적대세력들은 잉여상품과 눅거리(싸구려)제품들을 '원조'라는 미명하에 다른 나라들에 대대적으로 들이밀어 사람들의 정신을 흐리게 함으로써 저들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고 있다"며 "우리의 것을 지키는 데 사회주의를 지키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선언한 데 따라 그동안 경제난 속에서 사회 전반에 팽배해있던 대외 의존도와 외제상품에 대한 환상을 버릴 것을 주문하는 셈이다.
논설은 이어 "최고의 품질, 최저가격, 제품의 다양화는 국가의 존엄 문제이고 인민들이 우리 제품에 대한 긍지와 확신을 갖게 하는 정치적 문제"라며 "인민들의 손이 가지 않는 제품, 질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은 백만개, 천만개를 만들어도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수들의 교활한 책동을 방어가 아니라 드센 공격으로 제압해야 한다"며 "외국상품을 우상화하는…나라 살림살이야 어떻게 되든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며 손쉬운 길을 택하는 수입병에 종지부를 찍고 우리의 생활영역에 우리의 것만 차 넘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논설은 '우리 것'을 선호한다고 해서 남의 것을 덮어놓고 깔보고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라며 "선진적인 것을 배우고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경우에도 제일 좋다는 것만 골라 우리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강화돼 무역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기술 발전과 함께 선진국의 기술이 반영된 질 좋은 국산품을 대대적으로 만들어 주민 수요를 충족시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더불어 국제시장에서 경쟁을 통한 수출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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