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대 안철수·유승민계' 또다시 '강 대 강' 대치
내달 4일 의원총회서 혁신위 논의…당내 갈등 또 수면 위로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방현덕 기자 = 당내 갈등을 수습할 혁신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이 29일 다시 두쪽으로 나뉘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바른정당계'로도 불리는 유승민계 최고위원들이 안철수계 의원 6명이 제안한 '정병국 전권(全權) 혁신위원회' 이날 구성안을 전격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공동전선을 꾸린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는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에 '정병국 혁신위' 수용 압박에 나섰으나 당 외부에서 혁신위원장을 물색하는 손 대표 측은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유승민계 오신환 원내대표가 다음 주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 구성을 논의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던 당내 계파 간 갈등은 다시 정면충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혁신위를 안건으로 다루자는 요청이 있었다"며 6월 4일 의원총회를 개최해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병국 혁신위' 안을 의원총회에 부친 뒤 과반의 찬성표를 지렛대 삼아 손 대표를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24명인 바른미래당에서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는 총 14∼15명 수준이다.
양 계파가 합의한 혁신위원회는 손 대표 등 지도부의 거취 문제까지 폭넓게 다루는 조직이다. 활동 결과에 따라 손 대표에게도 사퇴를 권고할 수 있다. 이는 손 대표 측 '당권파'가 극렬히 반대하는 대목이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본인이 임명권을 행사하듯 외부 혁신위원장을 데리고 와 혁신안을 내놓다 한들 구성원들이 동의하겠느냐"며 "한 줌 뿐 안 되는 권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손 대표를 비판했다.
안철수계와 유승민계는 주중과 주말 당권파를 상대로 '정병국 혁신위' 수용을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벌써 유승민계 하태경 의원은 '당권파' 문병호 최고위원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계 김수민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총에서 혁신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기 전까지 최고위원회에서 타협안을 먼저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당권파 의원들을 최대한 접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정병국 혁신위'를 거부하고 손 대표가 '원외 혁신위원장'을 물색해 추대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최고위 전에 기자회견 방식으로 '정병국 혁신위'를 발표하던데 이것은 정치공세"라며 "절대로 정치공세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손 대표는 "혁신위가 대표 거취 문제를 논하는 것은 반대"라며 혁신위를 고리로 한 사퇴 가능성에 대해 완강히 선을 그었다.
문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혁신위가 대표 퇴진의 도구로 이용돼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당권파 관계자는 "정병국 의원은 바른정당계 출신인 만큼 계파 간 이해관계에 취약할 수 있다"며 "정말 당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혁신위원장을 외부에서 모셔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와 정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뿐 아니라, 손 대표가 대안 인물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며 "이른바 고춧가루 뿌리기"라며 반발했다.
한편, 정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 합의된 이후 위원장이 누가될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며 자신이 혁신위원장으로 지목된 데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은 "어떤 방향도 없이 사람들을 세워놓고 이 사람이 어떻고, 저 사람이 어떻다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는다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전했다.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