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양승태 "공소사실, 근거 없는 소설의 픽션…부적법"

입력 2019-05-29 12:17  

법정에 선 양승태 "공소사실, 근거 없는 소설의 픽션…부적법"
정식 재판서 공소사실 전면 부인하며 검찰 비판
박병대 "사실관계·법리 문제 다툰다"…고영한 "진실, 명명백백 밝혀지길"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소설의 픽션"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양 전 대법원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말한 공소사실의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것은 정말 소설의 픽션같은 이야기"라며 "모든 것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에 앞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자세한 건 오후 재판에서 다시 언급하겠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박병대 전 대법관도 "구체적인 공소사실의 사실관계와 법리적 문제 일체에 대해 다투는 취지"라고 말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은 재판에 임하는 소회도 별도 문서로 준비해와 법정에서 읽어 내려갔다.
그는 우선 "제가 그토록 사랑한 법원의 형사 법정에 서고 보니 다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법관과 행정처장을 지낸 제가 이 자리에 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께 심려 끼치고 재판부에 부담을 주게 돼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양 전 대법원장을 거론하며 "제가 잘못 보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참으로 죄송스럽고 가슴이 아프다"는 말도 했다.
아울러 "제 가슴을 천근만근 무겁게 하는 건 이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전례 없이 크게 훼손됐다는 사실"이라며 "이 재판을 통해 그간 잘못 알려진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두고 '작심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대법원장을 보좌하며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무신불립'의 신념으로 지냈는데 공소사실은 제가 이런 소신을 저버린 채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참담하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 "행정처장 재임 시절 벌어진 일이라는 사유만으로 제가 직접 지시하고 공모했다고 단정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재판 업무와 달리 행정 담당자들은 조직의 위상 강화와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폭넓은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비록 이런 조치가 사후에 보기엔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도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형사법적으로 죄가 성립하는지 상관없이 양심적·도의적으로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에게 전가하지 않고 저 자신이 지겠다는 마음으로 법정에 서려 한다"면서 재판부에 "선입견을 걷어낸 상태에서 신중하고 냉철하게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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