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서 "표현의 자유 실종…톈안먼 30주년 앞두고 매우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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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저명한 예술가가 오는 6월 4일 30주년을 맞는 톈안먼(天安門) 시위를 언급했다가 '온라인 봉쇄'를 당했다고 홍콩 명보가 29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고궁인 젠푸궁(建福宮)에서 전날 열린 'AAC예술중국' 시상식에서 '올해의 청년 예술가' 상을 받은 장웨(34)는 시상 소감을 발표하면서 톈안먼 시위와 표현의 자유 문제를 언급했다.
톈안먼 시위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장웨는 "오늘 이 상을 받으면서 나는 매우 부끄럽다"며 "최근 수년 새 여러 방면에서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매우 소심한 사람인 나는 가끔 작품이 순조롭게 출품되길 원해 당초 뚜렷했던 표현을 어쩔 수 없이 흐리멍덩하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며 "최근 수년 새 나와 내 주위 예술가는 작품이 검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해서 철거되는 일을 자주 겪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나와 내 동료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지 못했다"며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아 톈안먼 광장과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상을 받으니 더욱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상 소감은 톈안먼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인 저우펑쒀(周鋒鎖)가 장웨의 수상 소감문 원고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온라인에서 전날 시상식을 다룬 뉴스는 곧바로 사라졌으며, 장웨가 이전에 쓴 글이나 발언 등도 모두 접근이 차단됐다.
장웨는 그의 작품을 독일, 호주, 이스라엘 등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젊은 예술가이다.
2012년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중국 정부는 '당의 영도'를 내세우면서 학계, 예술계, 언론계, 종교계 등 사회 전 분야에 대한 통제와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기 하강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톈안먼 시위 30주년을 맞는 중국 당국은 온라인에서 관련 내용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등 사회 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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