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키나와 주차장에 묻힌 징병조선인 죽음, 74년만에 위로

입력 2019-05-29 15:17  

日오키나와 주차장에 묻힌 징병조선인 죽음, 74년만에 위로
오키나와현, 전몰자 위령비 '평화의 초석'에 김만두 씨 등 2명 각명
美잡지 '묘표' 사진으로 확인…한일 시민들, 이르면 내년 1월 유해 발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제 말기 일본 땅으로 끌려와 숨진 뒤 지금은 주차장이 된 땅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인 징병자의 이름이 오키나와현의 위령비에 새겨지게 됐다.
일본 시민들이 유족과 관련 증빙 서류를 찾아 각명(이름을 새김) 신청을 한 결과로, 숨진 뒤 74년만에 억울한 영혼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게 됐다.


일본 시민단체 '오키나와 한(恨)의 비(碑)'에 따르면 최근 오키나와현은 1945년 1월 군수물자 보급선 '히코산마루(彦山丸)'에 타고 있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김만두(사망당시 23세) 씨 등 2명의 한반도 출신자들을 현내 위령비인 '평화의 초석'(平和の礎)에 새로 새겨 넣기로 했다.
오키나와현 평화기념공원 내에 위치한 평화의 초석은 오키나와 전투의 희생자를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대표적인 장소다. 전몰자 모두를 기억하자는 뜻으로 1995년 세워져 연간 38만명 가량이 찾는다.
여기에는 희생자 24만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만, 한반도 출신자는 462명뿐이다. 평화의 초석을 관리하는 오키나와현이 한반도 출신자들에 대해 유족 스스로 사망 상황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며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이번에 2명이 추가되면 한반도 출신자들은 모두 464명이 된다.
이번에 이름이 추가된 김만두 씨는 태평양전쟁 당시 우연히 미국 잡지 '라이프(Life)' 기자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존재가 확인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이 잡지는 1945년 5월 28일자에 '오키나와-일본인만 아니라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실었는데, 여기에 김만두 씨의 이름이 들어간 묘표(매장지를 알리기 위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은 표식)와 매장지의 사진이 포함됐다.
오키나와 한의 비는 뒤늦게 이 사진의 존재를 인식하고 묘표 중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金村萬斗(김촌만두)'라는 이름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그가 경남 김해에 살다가 군속으로 끌려왔다 숨진 김만두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오키나와 한의 비는 김 씨의 유족을 찾아내고 그가 강제로 끌려와 오키나와에서 억울하게 숨졌다는 것을 증명할 진술서와 관련 문서 등을 모아 평화의 초석에 올려줄 것을 신청했고 오키나와현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김만두 씨와 함께 모표 속에는 조선인 명장로(묘표 내 '明村長模[명촌장로]'라고 표기) 씨의 이름도 있었는데, 명씨는 이미 평화의 초석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김만두 씨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현재는 개인 소유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의 시민단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계열 재일동포 등은 지난 2월 이곳을 찾아 추도식을 열었고, 이르면 내년 1월 발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오키나와현은 김만두 씨와 함께 한반도에서 끌려왔다 숨진 박재운 씨도 평화의 초석에 추가로 각명하기로 했다. 박 씨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직접 증빙 서류와 함께 오키나와현에 이름을 새겨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남쪽 끝의 오키나와는 태평양 전쟁 막바지 제국주의 일본군과 미군 사이에 격전이 치러진 곳이다. 전투에서 20만명 이상이 숨졌는데, 한반도에서 강제로 끌려온 군인·군속·노무자·정신대원 중 1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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