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코스 세팅에 독단적인 경기 운영 불만"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세계 최정상급 골프 선수들이 4대 메이저대회의 하나인 US오픈에 단체로 출전을 거부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미국골프협회(USGA)의 독단과 전횡에 분노한 최정상급 선수 상당수가 올해 US오픈에 출전하지 않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29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는 골프다이제스트와 인터뷰에서 "2016년 US오픈 이후 10명에서 15명의 선수가 US오픈을 거부하자는 뜻을 밝혔다"고 폭로했다.
'US오픈 파업'을 전한 이 선수는 PGA 투어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는 정상급 선수라고 골프다이제스트는 설명했다.
US오픈 출전 거부 의사를 드러낸 선수 가운데 더스틴 존슨(미국)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 선수는 "우리가 출전하지 않으면 대회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선수들의 불만이 폭발한 계기는 2016년 US오픈 챔피언 존슨이 최종 라운드에서 당한 황당한 벌타 부과 사건이다.
존슨이 최종 라운드 5번 홀 그린에서 어드레스를 하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 존슨은 경기위원을 불러서 볼이 움직인 사실을 알렸다. 경기위원은 벌타 부과 여부를 즉각 알려주지 않았다.
경기위원회가 정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존슨이 볼이 움직인 원인 제공자라고 결론 내리고 1벌타를 부과하기로 했을 때 존슨은 13번홀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경기위원회는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벌타 부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존슨은 자신의 정확한 타수를 모른 채 경기를 한 꼴이 됐다.
이를 선수들은 횡포라고 여기고 크게 분노했다.
US오픈에 대한 선수들의 반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PGA투어와 유럽프로골프투어 등이 메이저대회로 인정하는 US오픈은 대회 주최, 주관, 운영은 USGA가 맡는다.
USGA는 US오픈 때면 '가학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혹독한 코스 세팅으로 선수를 괴롭힌다.
깊고 질긴 러프, 딱딱하고 빠른 그린, 좁은 페어웨이, 긴 전장은 US오픈 개최 코스가 갖춰야 하는 필수 항목이다. 선수들은 버디 사냥보다는 보기를 피하려 쩔쩔맨다.
한 선수는 "USGA는 언더파 우승 스코어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이런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건 미친 짓"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선수는 US오픈을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해 대회에서 필 미컬슨(미국)이 그린 밖으로 굴러내려가는 볼을 퍼터로 쳐 벌타를 받은 사건도 알고보면 지나치게 어렵고 빠른 그린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은 매주 대회를 운영하는 PGA투어 전문가를 배제한 채 USGA가 독단적으로 코스 레이아웃과 핀 위치를 결정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US오픈은 다음 달 14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명문 코스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열린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