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애국심ㆍ정직성에 타격, 보수층 격리 겨냥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020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일부 대선 주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병역 기피 의혹을 다시금 문제 삼고 나섰다.
군(軍)과의 유대를 유독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 그의 애국심과 정직성에 타격을 안겨 보수 지지층의 이반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2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군 출신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과 역시 해병 장교 출신인 세스 몰턴 하원의원(매사추세츠) 등 2명의 민주당 대선 후발주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장애를 조작, 베트남전을 기피함으로써 대신 동년배 미국 시민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징집 기피 의혹에 대해 당시 발뒤꿈치 뼈 돌기 증상에 따라 합법적인 연기를 받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지난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뉴욕의 한 의사로부터 거짓 진단을 받아 베트남전 징집을 피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병역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군 출신을 대거 행정부 고위관리로 등용하고 퇴역군인들과 유대를 강조하는 등 자신을 '군의 친구'로 부각해왔다.
그러나 1968년 '발뒤꿈치 뼈돌기' 진단 의혹이 다시금 불거질 경우 군 통수권자로서 자질과 함께 지지 기반인 군 가족들을 포함한 정치적 연대에 금이 갈 수도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몰턴 의원은 지난 일요일 MSNBC에 "징집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애국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이는 단순히 베트남에 빈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대신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대신 베트남에 간 영웅을 만나고 싶다. 아직 생존해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부티지지 시장도 지난주 WP에 "백만장자의 아들이 장애를 위장함으로써 누군가 대신 전장에 나간 케이스"라면서 공화당원들에게 군 통수권자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WP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예비역 출신 민주당 후보들이 상당수 당선되면서 2020 선거전에서 트럼프 징집 기피 의혹과 맞물려 민주당이 군 복무 문제를 본격 이슈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애국과 군 복무, 정직성이 그동안 보수주의의 트레이드마크였으나 트럼프 의혹 때문에 이러한 흐름이 반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인들에게 군경력은 매우 중요하다.
WP는 트럼프의 경우 지난 2016년 대선전에서 경쟁자들이 그의 징집 기피 의혹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자신의 징집 기피 의혹에 직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군 복무 경력이 없는 트럼프가 전쟁의 인적(人的)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이란과 같은 곳에서 전쟁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인접 예멘의 무고한 민간인에 폭격을 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팔아 미국 경제를 강화한다는 발상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갈아치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징집 면제자이다.
1960년대 대학 및 로스쿨 재학 중 4차례 징집 연기를 받았고 1968년에는 천식으로 다시금 연기를 받았다. 당시 '국가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복무가 불가능한' 트럼프와 동일한 '1-Y'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경우 '기피'는 아니지만 부티지지와 몰턴은 한편으로 민주당 내 경쟁자를 함께 겨냥한 셈이어서 2020 대선전에서 다시금 베트남전의 유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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