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수사 시작되자 서버 다시 꺼내 공장초기화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공용서버를 공장 바닥에 묻는 과정에 압축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삼성바이오 보안담당 직원 안모씨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는 지난해 5월 재무책임자 등을 통해 삼성바이오에 보관 중인 회계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조치사전통지서(위반 사실과 예정된 조치내용 등을 안내하는 절차)를 보내 검찰 수사가 점차 가시화하던 때였다.
안씨는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 2공장에서 54TB(테라바이트) 용량의 메인 서버에 접속한 뒤 재경팀이 사용하던 공용폴더 2개를 삭제했다. 이들 폴더에는 '콜옵션 회계처리 관련', '금감원 감리 진행현황', '금감원 회계감리 쟁점사항 및 대응내용' 등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고의성과 의도를 추정할 수 있는 문건이 들어있었다.
안씨는 공용폴더를 삭제한 사실을 숨기려고 로그기록을 없애는가 하면 같은해 8월까지 1∼2주에 한 번씩 데이터 생성과 삭제를 반복하는 이른바 '덮어쓰기 방식'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지원TF에 이어 IT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보안선진화TF가 증거인멸을 재차 점검했다. 보안선진화TF로부터 백업서버 자료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안씨는 지난해 6월 54TB 용량의 백업서버와 과거에 쓰던 18TB짜리 옛 메인서버를 삼성바이오 1공장 6층 통신실로 옮겼다. 바닥 타일을 압축기로 들어올려 마룻바닥을 뜯어내고 서버 2개를 집어넣은 다음 다시 타일을 덮었다.
증거인멸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임직원들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달까지 계속됐다. 이번엔 묻어둔 서버를 꺼내 자료를 전부 삭제한 뒤 애초부터 다른 용도로 쓰던 것처럼 위장했다.
안씨의 제안을 받은 삼성바이오 정보전략팀 직원들은 54TB짜리 백업서버를 꺼내 2공장 1층 서버실로 옮긴 뒤 고객사 전용 서버로 설치했다. 메인서버에서 자동으로 백업된 자료들은 공장초기화로 삭제됐다.
검찰은 안씨 등을 상대로 공용서버 등을 숨긴 위치를 확인하고 지난 7일 삼성바이오 공장을 압수수색해 묻혀있던 서버를 확보했다. 삼성에피스 역시 공용서버를 직원 집에 숨기거나 직원들 노트북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자료를 삭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현재까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 김모 부사장부터 손자회사 에피스의 이모 부장까지 모두 7명이다. 검찰은 증거인멸 지시가 옛 그룹 미전실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서 내려온 여러 정황을 확인하고 사업지원TF 팀장인 정현호 사장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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