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점거한 주총장 되찾으려 회사가 대응 나설 것' 관측 제기
30일 울산에 금속노조원 수천명 집결 예상…마찰 생기면 대형 피해 우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주변에는 30일 '전운(戰雲)이 감돈다'는 말이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 노조가 주총장 점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영남권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지원을 위해 일대에 집결하는 등 투쟁 수위가 높아진다.
그러나 순순히 주총장을 내줄 수 없는 회사 측도 주총(31일)을 하루 앞두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총장 사수와 탈환을 놓고 물리적 충돌마저 예견된다.
27일부터 한마음회관은 노조에 의해 봉쇄된 상태다.
노조는 31일 주총 개최를 저지하고자 지난 27일 주총장을 미리 점거했다.
회관 건물 안으로 들어간 노조원들은 문을 잠그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창문은 모두 합판으로 가렸다.
또 회관 앞마당에는 수백명이 앉아 집회를 이어가고, 회관 주변에 울타리가 없는 곳에는 오토바이를 세워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등 외부에서 회관으로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회관에 있는 식당이나 커피숍 업주 등 상인,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32명과 교직원 10명 등은 영업장이나 학교에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
경찰은 회관 주변에 기동대 19개 중대 1천300여 명을 배치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이나 회사의 주총장 탈환 시도에 대비해 노조원들이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는 연습을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29일 오후까지는 충돌 없이 긴장감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주총일 전날인 30일에는 회사가 주총장 탈환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자칫 큰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주총이 무산된다면 '노조의 노림수에 당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회사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주총장 탈환 시도를 할 것이라는 게 추측의 근거다.
특히 30일 오후 현대중 노조를 지원하고자 영남권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대거 집결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30일 오전 중에 회사가 움직이지 않겠냐는 구체적 관측도 나온다.
물론 노조도 이를 예상하고 주총장 사수를 위한 전략을 다각도로 세웠다는 말도 현장 안팎에서 들린다.
영남권 노동자들이 집결한 이후에는 노조의 투쟁 강도가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쟁의대책본부는 30일 오후 울산에 도착해 현대중 노조의 투쟁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 현재 200명가량이 참가 예정이지만, 당일 참가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30일과 31일 확대 간부, 오전 근무조 현장조직위원, 희망 조합원 등이 참가하는 연대투쟁을 예고했다.
이들 두 기업 노조는 "공권력 행사나 용역업체 동원을 통한 침탈(점거를 해산하려는 시도)이 있으면,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전 조합원 총파업 후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금속노조 산하 노조 중 규모가 큰 데다 강성으로 알려진 현대중, 대우조선, 현대차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중 노조 측도 30일 집결 인원이 최소 5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총이 예고된 31일까지 현대중과 한마음회관이 있는 울산 동구는 말 그대로 전운이 계속될 전망이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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