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대학·세인트폴섬 생태계보존센터 연구논문·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지난 2016년 가을 미국 알래스카주에 속한 외딴 섬에서 바다오리가 집단 폐사한 것은 기후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AFP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햇다.
알래스카주 본토에서 약 480㎞ 떨어진 베링해 남부의 세인트폴섬 해안에서는 2016년 10월부터 2017년 2월 사이에 수천마리의 바다오리 사체가 잇따라 발견된 바 있다.
주민들은 바다오리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려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측했지만 전문가들은 질병이 아닌 굶주림을 사인으로 판명한 바 있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미국 워싱턴 대학과 세인트폴섬 생태계보존센터의 연구원들은 온라인 과학 전문지 공중과학도서관(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 변화가 떼죽음을 부른 근본적 원인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주민들에 발견된 바다오리 사체는 350마리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최소 2천150마리에서 최다 8천500마리의 바다오리가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2014년부터 기온이 상승한 데다 겨울철에 바닷물이 제대로 얼지 않은 것이 바다오리의 먹이 감소를 초래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링해에 서식하는 바다오리는 작은 물고기, 그리고 플랑크톤을 먹는 무척추동물에 의존하고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줄리아 패리시 연구원은 죽은 바다오리에게 "체지방이 전혀 없었고 근육은 그야말로 망가져 있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주 일대의 기온은 지구의 평균보다 2배 빨리 오르는 추세로, 올초에는 종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수준을 가리킨 바 있다.
연구진은 죽은 바다오리들 가운데 상당수가 통상적으로 잠수와 사냥 능력이 감소하는 털갈이 시기에 있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밝혀낼 수 있었다.
털갈이를 앞둔 바다오리는 먹이가 풍부한 베링해 서부와 남부 해역으로 이동했어야 한다. 털갈이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만 미처 이동을 하지 못해 굶주림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001-2005년 기간과 2014년부터 현재까지와 같이 다년에 걸쳐 기후 여건이 변화하는 것이 바다새들에게는 각별한 위협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패리시 연구원은 바다오리의 떼죽음만을 따진다면 다소 신중해지겠지만 2014년 혹은 2015년부터 6차레에 걸쳐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집단 폐사한 만큼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베링해만이 아니라 북태평양 전체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면서 "생태계는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우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