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공약엔 "산도 한걸음에 못 오르지 않나"
노동계 "벌써 속도 조절하면 인상 효과 사라져" 반발
(세종=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박준식 신임 위원장은 30일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속도가 빨랐다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슈'라는 지적에 "절댓값을 볼 때 지난 2년 동안 우리 사회의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던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속도 조절이라는 것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자체에 대한 여러 이익집단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보다는 이런 빨랐던 최저임금 인상 과정이 우리 사회의 경제, 사회,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각적 각도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왜 최저임금 1만원까지 못 가겠는가. (최저임금 1만원은) 도달할 수 있는 목표"라면서도 "산에 오를 때도 한걸음에 못 오르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높은 산에 오르려면 착실하게 준비하고 실력을 다져야 한다. 많은 이가 함께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최저임금 1만원 목표나 비전이라는 것은 희망을 담은 게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박 위원장은 "과거 최저임금이 상당히 낮았던 시기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노동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도 최저임금이 선진국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노동시장 영향에 대해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며 "이런 영향은 노동자뿐 아니라 고용주에게도 크기 때문에 공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최저임금제도에 대해서는 "30년 동안 특별한 개정 없이 이 사회가 운영해왔다는 것은 이 제도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정착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일종의 홍익인간 사상을 실천하는 훌륭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자영업자의 아들'이자 '임금 근로자'로 소개하고 "(최저임금은) 우리 국민이 가족 단위로 보면 다 같이 고민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박 위원장의 발언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논평에서 "2년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벌써 속도 조절을 하면 지난 2년간 인상 효과는 사라지고 지난해 산입범위 확대로 개악한 최저임금법만 남아 결국 노동자만 피해를 본다"고 우려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라는 정부 지침에 충실할 무색무취의 위원으로 구성한 게 아닌가 했던 민주노총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위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일정을 확정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 달 4일 생계비 전문위원회와 임금 수준 전문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기초 자료를 심사하고 4차례 전원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기로 했다.
법정 기한인 다음 달 27일까지 심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1차 마지노선'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 다음 달 5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와 광주 등 3개 권역에서 공청회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강원 춘천 출신으로, 연세대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는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 차별 시정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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