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랍 이슬람권 '반이란 정상회의' 소집…이란도 외교전(종합)

입력 2019-05-30 22:15  

사우디, 아랍 이슬람권 '반이란 정상회의' 소집…이란도 외교전(종합)
30∼31일 메카에서 정상회의 개최…중동 '균열' 확인할 수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가 30일(현지시간)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아랍 이슬람권 정상을 모아 이른바 '반이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사우디의 '소집 요구'에 걸프협력회의(GCC·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는 물론 이슬람협력기구(OIC), 아랍연맹 등 아랍 이슬람권 회원국 정상이 이날 속속 메카에 도착했다.
사우디는 지난 12일 오만해에서 자국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고, 14일 아람코의 송유시설이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을 당하자 이란이 배후라고 보고 아랍 이슬람권 긴급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정상회의 개최에 앞서 이브라힘 알아사프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30일 아랍권에 이란의 위협에 단호하게 맞서자고 촉구했다.
알아사프 장관은 이날 OIC 외무장관 회의에서 유조선과 송유시설이 공격받은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란이 이들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중동 내 테러행위와 극단주의 테러조직을 막는 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며 "총력을 다해 이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알아사프 장관은 29일에도 "이란 정권은 예멘 반군 후티를 지원한다"라면서 "이것은 이란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증거로, 이슬람 국가들이 이를 거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석유 공급을 위협하려는 테러를 규탄한다"라면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를 비판했다.
사우디가 이번 정상회의를 긴급히 연 것은 종교적으로 이란을 소외하는 동시에 민족적 동질성으로 아랍권을 규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미국의 대이란 적대 정책에 사우디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정치적 의미도 있다.
31일까지 이어지는 정상회의에서 참가국의 일치된 '반이란 선언'이 채택될지는 불확실하다.
이란이 OIC 회원국 자격으로 메카에 대표단을 보낸 데다 점증하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중재자로 나선 카타르, 이라크, 쿠웨이트, 오만 등이 사우디가 주도하는 일방적인 의사 진행에 제동을 걸 수 있어서다.
사우디는 이번 긴급 정상회의를 통해 아랍 이슬람권의 지지를 규합해 이란을 압박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중동 내 '균열'만 확인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도 이번 회의를 앞두고 이번 주 자신과 관계가 원만한 이들 4개 중재국에 외무장관과 차관을 보내 협력을 당부하면서 사우디에 맞선 외교전에 공을 들였다.
메카 정상회의에 이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국장은 30일 "이번 정상회의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길 바란다"라며 "이란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사우디의 주장은 허무맹랑하다"라고 반박했다.
아랍권의 반이란 정상회의 직전인 28∼29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과 그 대리자의 어떤 공격도 매우 강력한 미국의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2년 전 사우디가 단교를 선언해 걸프 국가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카타르는 군주(에미르) 대신 셰이크 압둘라 빈 나세르 알사니 총리가 대신 참석하기로 했다.
셰이크 압둘라 총리는 단교 이후 사우디를 방문하는 카타르 정부의 최고위 인사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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