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승격 70주년·불빛축제 기념 사흘간 2천100개 무료로 나눠줘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3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철길숲 '불의 정원' 앞에는 시민 20여명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4시 정각에 이곳에서 나눠주는 삶은 달걀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천연가스 불로 삶은 달걀을 받아든 시민과 관광객은 그 자리에서 껍질을 까 먹기도 하고 손에 들고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맛을 본 사람은 모두 엄지를 내밀며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시와 봉사단체인 장미사랑회는 시 승격 70주년과 이날부터 6월 2일까지 열리는 포항국제불빛축제를 기념해 하루에 700개씩 사흘간 2천100개를 삶아 나눠준다.
무항생제로 키운 닭이 낳아 맛이 좋을 거라고 소문나면서 이벤트 부스에는 시민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와 장미사랑회는 '불의 정원' 천연가스 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중 이번 이벤트를 마련했다.
정원에서 나오는 불꽃은 2017년 3월 8일 철길숲을 만들던 공사업체가 굴착기로 지하 200m까지 지하수 관정을 파던 중 땅속에서 나온 천연가스에 붙은 불이다.
이곳 지하에는 메탄으로 이뤄진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제성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방 꺼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2년이 넘도록 계속 타오르자 시는 현장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현장 주변을 아예 공원으로 만들었다.
불이 붙은 굴착기와 주변 흙 등 현장을 보존하고 주변에 강화유리를 설치해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천연가스 분출 과정을 담은 안내판도 설치해 '불의 정원'으로 만들었다.
불의 정원은 포항시민은 물론 출향인과 관광객도 한 번쯤은 찾아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
이곳을 찾은 시민이나 관광객은 "이 불로 고기를 구워 먹고 싶다"라거나 "냄비를 올려놓고 요리를 하면 좋겠다"라는 말을 던지곤 했다.
이에 착안해 포항시와 장미사랑회는 천연가스 불 위에 냄비를 올려 달걀을 삶기로 했다.
사람이 직접 손을 대지 않고 냄비를 옮길 수 있는 장비까지 설치했다.
달걀 삶는 일을 담당한 사람은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열기까지 더해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개의치 않고 냄비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포항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천연가스 불을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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