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서비스·음식배달·대리운전 등…국내 첫 대규모 표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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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모바일 앱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퀵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 등을 하는 '플랫폼 경제 종사자'가 최대 54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증가 추세인 플랫폼 경제 종사자 수를 대규모 표본조사로 추정한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2일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최신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47만∼54만명으로 추산됐다.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모바일 앱을 포함한 온라인 매체의 중개·알선으로 일감을 구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사람을 가리킨다.
퀵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부터 가사 도우미, 청소 용역, 이사, 통·번역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 경제의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노동의 대가로 소득을 얻으나 고용계약이 아닌 위탁·수탁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 없이 일회성 서비스를 제공해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 돼 있다.
고용정보원은 지난해 무작위로 추출한 전국 15세 이상 남녀 3만명의 표본조사를 통해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를 추정했다. 설문지를 토대로 온라인 조사, 전화 조사, 집단심층면접조사(FGI) 등을 했다.
이를 통해 도출한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 추정치는 46만9천명∼53만8천명이다. 이는 작년 10월 기준 전체 취업자의 1.7∼2.0%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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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남성이 66.7%로, 여성(33.3%)의 2배 수준이었다.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한 퀵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 등에 남성 종사자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직종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남성 플랫폼 경제 종사자는 대리운전(26.0%)이 가장 많았고 화물 운송(15.6%), 택시 운전(8.9%), 판매·영업(6.5%), 청소·건물관리(5.9%)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은 음식점 보조·서빙(23.1%), 가사·육아 도우미(17.4%), 요양·의료(14.0%), 청소·건물관리(10.9%), 판매·영업(10.0%)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의 비중이 32.6%로 가장 높았고 40대(21.7%)와 60세 이상(18.6%)이 뒤를 이었다. 15∼29세(11.2%)와 30대(15.9%) 등 청년층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24.5%)과 경기·인천(34.7%) 등 수도권의 비중이 높았다. 플랫폼 경제 종사자가 대도시에 많다는 얘기다.
설문조사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수행한 플랫폼 경제 일감이 '주업'이라고 답한 사람은 53.7%였고 '부업'이라고 답한 사람은 46.3%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영 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이번 연구는 대규모 표본조사를 통해 플랫폼 경제 종사자의 규모를 추정한 최초의 연구"라며 "플랫폼 경제 종사자의 사회적 보호 확대를 위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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