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정부 비판…"EU 적대시하면 이탈리아에 손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유럽연합(EU)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경기를 촉진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늘리려는 포퓰리즘 정부의 정책을 경고하고 나섰다.
비스코 이냐치오 이탈리아은행 총재는 3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한 연례 연설에서 "재정지출 확대 또는 세수 감축 정책은 신중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재정적자를 늘리는 것은 스프레드(이탈리아와 독일 국체 10년물의 금리차) 확대 등 금융 시장 불안으로 이어져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냐치오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동맹'의 압승을 이끌면서 포퓰리즘 정부 내에서 위상이 격상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한 EU의 규약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경제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면 재정적자 3%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살비니 부총리는 유럽의회 선거 후 자신의 오랜 공약인 두 종류의 단일 세율 도입을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이런 움직임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9일 공공부채 감축 노력이 불충분한 것에 대해 이틀 안에 해명을 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이탈리아 정부에 보내 우려를 드러냈다.
이냐치오 총재는 이와 관련, "이탈리아가 EU를 적으로 만들면 우리는 더 가난해질 것"이라며 "우리 내부의 문제에 대해 EU에 책임을 묻는 것은 실수다. 이는 진짜 문제들로부터 관심을 분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주요 문제로 지지부진한 혁신과 생산성, 탈세와 공공부채, 부패, 조직범죄, 관료주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을 꼽았다.
그는 아울러 "남부의 침체한 경제는 돈을 푸는 것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된다"고 말해, 포퓰리즘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또 다른 정당인 '오성운동'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드러냈다.
이탈리아는 이렇다 할 산업이 없어 소득수준이 낮은 남부를 겨냥해 저소득층과 실업자들에게 월 최대 780유로(약 100만원)를 주는 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해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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