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신비 밝힌다"…'최대 지하실험실' 伊그랑사소硏 가 보니

입력 2019-06-01 09:09  

"우주신비 밝힌다"…'최대 지하실험실' 伊그랑사소硏 가 보니
면적 18만㎡ 시설 지하 1천400m에 자리 잡아…암흑물질 실체 찾는 실험 진행

(그랑사소·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신선미 기자 = 차로 터널을 10㎞ 넘게 달리자 동굴 입구를 막고 있는 철문이 보였다. '세계 최대 지하실험실' 그랑사소국립연구소의 입구다. 어른 키 네다섯 배쯤 되는 철문이 열리고, 여러 실험시설이 끝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긴 파이프와 여러 실험시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동취재단은 31일(현지시간)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함께 올해로 '35세'가 된 연구소를 찾았다.

그랑사소연구소는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가 운영하는 곳으로, '암흑물질'(dark matter)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히 어떤 물질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면 우주의 신비를 아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세계 연구자들이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암흑물질 후보로는 '윔프'(WIMP), '액시온'(Axion), '비활성 중성미자'(sterile neutrino) 등이 꼽힌다.
이런 암흑물질 후보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지면에서 나오는 중성자와 하늘에서 쏟아지는 우주입자를 막아야 한다. 이에 그랑사소연구소는 그랑사소 산맥 지표에서 1천400m 아래에 있다. 연구소 내부에는 가로 100m, 세로 20m, 높이 18m인 실험공간이 3개 있는데, 이들을 연결하는 터널 면적까지 합치면 면적은 총 18만㎡에 이른다. 통로 벽면에는 '테라모'(Teramo)와 '라퀼라'(L'aquila) 두 도시의 이름이 써 붙어 있었다. 실험공간이 두 도시에 동시에 걸쳐있다는 표시다. 지하 시설 중 최대 규모다.

연구소 투자도 막대하다. 연구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로만레드'(Roman lead)'다. 로만레드는 납으로 된 로마 시대 유물을 녹인 것인데, 검출 방사능이 매우 낮아 차폐재로 쓴다. 구매 비용은 일반 납의 수천 배에 달한다. 그랑사소연구소에는 이런 로만레드가 6t 정도 들어갔다. 국내 암흑물질 검출 시설인 '코사인'(COSINE-100)에는 약 200㎏이 있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 연구단장은 "이탈리아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기술력이 매우 뛰어난 국가인데, 그랑사소연구소는 이런 연구역량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 이만큼의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겠지만, 연구역량을 집중해 좋은 연구 결과를 얻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IBS가 그랑사소연구소를 운영하는 INFN과 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양 기관의 암흑물질 연구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김두철 IBS 원장은 페르난도 페로니 INFN 소장과 이날 이탈리아 로마 INFN 본원에서 MOU 체결식을 열고 물리학 분야 전반에서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1951년 설립된 INFN은 국립연구소 4곳과 20개의 대학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구원을 비롯한 직원 수는 2천200여 명이다.
페로니 소장은 "IBS와 연구 시료를 교환하는 등 다양한 협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공동 연구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철 원장도 연구 협력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원장은 "체결식 전에 INFN의 지하실험시설을 방문해 살펴봤더니 기술력과 인프라 수준이 놀라웠다"며 "양 기관이 시너지를 내길바란다"고 말했다.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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