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방문 앞두고 '내정 간섭' 논란…마클 왕자비에겐 "못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평소 '애정'을 보여왔던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또다시 추켜세웠다.
테리사 메이 현 영국 총리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난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발표해 후임 총리 선출이 예고된 시점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결례를 무릅쓰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영국 대중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후임 총리 후보군과 관련, "내 생각엔 보리스가 매우 잘 할 것 같다. 그가 아주 훌륭하다고(excellent)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난 그를 좋아한다. 항상 그를 좋아했다"며 "그가 선출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매우 좋은 사람, 매우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6월 3∼5일로 예정된 그의 영국 국빈방문 일정을 며칠 앞두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국빈방문 직전에, 그것도 영국의 후임 보수당 당 대표 및 총리 선출을 위한 경선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또 한 번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더선은 "보수당 경선에 대한 그의 폭탄선언과 같은 개입은 중대한 외교 의례 위반"이라며 "만약 존슨 장관이 선출되지 못한다면 영국과 미국 간 외교 갈등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리스 존슨을 차기 총리로 지지했다"며 이는 "놀랄만한 개입"이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국 내부의 정쟁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다는 관습을 깬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존슨 전 장관을 추켜세우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영국을 방문한 지난해 7월, 역시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을 비판하면서 존슨 전 외무장관에 대해서는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영국 정치권의 분노를 샀다.
현재 영국의 후임 총리 후보군 가운데 가장 유력하다는 평을 받는 존슨 전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그에 대한 '찬양'을 노골적으로 해왔던 인물이다.
특히 '막말'로 종종 구설에 오르고 외모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해 '영국의 도널드 트럼프'라고 불리기도 한다.
존슨 전 장관은 지난 2017년 11월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위대하고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라고 칭송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비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했다면 오히려 더 잘했을 것이라고 한 녹취 발언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메건 마클 영국 왕자비가 2016년 미 대선 때 자신을 비판했던 것과 관련, "그가 (그렇게)못됐었는지(nasty) 몰랐다"면서도 영국 왕실 일원으로서 "훌륭하게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의 부인으로 미국 출신인 마클 왕자비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당선되면 캐나다로 이주하겠다'는 발언을 했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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