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사업취소·적자누적…"경영상 정리해고"
JDC·제주도, 헬스케어타운 정상 추진·병원건물 활용 논의 예정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백나용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이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사업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1일 녹지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제주도가 녹지병원에 대한 허가 취소처분을 내린 후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지난달 17일 해고예고 통지서를 의료사업 관련 직원 50여명에게 보냈다.
녹지제주는 해고예고 통지서를 받은 직원들에게 통지서 수령 후 한 달 뒤인 6월 17일 법에 따라 정리해고 한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이달 17일까지 의료사업 인력을 철수하는 셈이다.
녹지제주는 해고예고 통지서에서 "병원 설립 허가 취소처분을 받고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상황에서 (헬스케어타운 등이) 적자가 계속돼 부득이 경영상 이유에 의해 해고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녹지제주의 의료사업 관련 근로자 50여명 중 14명은 녹지제주가 그간 강제 연차 사용을 강요했고 유급 휴직 급여를 삭감했다며 지난달 29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녹지제주의 해고통보 후 간호사와 행정인력 등 의료사업 관련 근로자 중 30여명은 지난달 31일 희망퇴직하는 등 대다수가 퇴직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제주는 남은 근로자들에 대해 제시한 시한인 오는 17일까지 해고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제주 구샤팡 대표는 지난달 31일 내부 공지를 내 "회사는 이역만리 고국을 떠나 이국땅에서 4년여간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헬스케어사업 중 병원사업을 연착륙시키고자 여러분과 함께 동분서주했으나 그 계획이 무산돼 수포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작별을 고하며 드리는 말씀'의 제목의 이 공지에서 구샤팡 대표이사는 "1개월여 전인 4월 26일 우리 회사는 개설 허가 취소로 인해 부득이 병원사업을 접게 됨을 알려 드리며 여러분(근로자들)의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록 현재 녹록한 상황은 아니지만 추후 소망스러운 기회를 다시 갖게 돼 병원을 개원하게 된다면 다시 여러분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 또한 크다"며 근로자들에게 말했다.
녹지제주는 건물 내부 의료기기와 사무기기들을 모두 빼내는 등 철수작업을 하고 있다.
녹지병원의 한 근로자 "녹지가 병원사업을 포기한 상태"라며 "남은 인력이 모두 철수하는 이달 17일께까지 병원사업을 완전히 정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인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는 2014년 11월 법인설립신고를 하고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의료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녹지제주는 2015년 2월 보건복지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 영리병원 사업에 착수, 2017년 7월 녹지병원 건물을 준공해 같은 해 8월 간호사 등 병원 직원을 채용했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5일 외국인 대상의 조건부 개설허가를 해줬으나 녹지제주는 내국인을 제외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한 것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냈다.
녹지제주는 조건부 개설 허가 이후 의료법이 정한 병원 개설 시한(90일)을 넘기고도 병원 운영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도는 허가 취소 전 청문에 돌입해 지난 4월 17일 병원 개설을 취소했다.
녹지제주의 사업 철수에 따라 녹지제주 모기업인 중국 녹지그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제주도 등은 최근 헬스케어타운 정상화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르면 다음 주 다시 회의를 열어 헬스케어타운 사업 정상화와 맞물려 녹지병원 건물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그룹은 서귀포시에 의료와 숙박을 결합한 헬스케어타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헬스케어타운 사업 중 2단계 사업으로 녹지병원 설립을 추진했으며 지난해 12월 외국인으로 한정한 조건부 개원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도는 녹지제주가 조건부 허가에 반발해 병원 개원 허가를 받은 후 90일간 문을 열지 않아 지난 4월 17일 의료사업 허가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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