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고 AFP 통신이 3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서 30∼31일 이틀간 정상회의를 열고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판하고 이란 배후설이 나오는 최근 사우디 유조선 및 송유시설 피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OIC는 지난 1969년에 창설된 이슬람 국가들의 국제기구로 중동, 지중해, 중앙아시아, 발칸반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5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OIC 회원국인 터키는 사우디가 소집한 이번 정상회의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대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을 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으면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사우디 기자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첫 번째 사우디 방문이 될 예정이었다.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배후로 지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회의 불참이 사우디에 대한 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 출신으로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카슈끄지는 지난해 10월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잔인하게 살해됐다.
그가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해왔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개입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언론에 유출된 미 정보기관 보고서도 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애초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사건 현장 음성 파일 등 증거들이 나오면서 말을 바꿨고, 사우디 검찰은 자국인 11명을 기소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건 조사 와중에 사우디 최고위층에서 살해 명령이 내려졌다고 비난했지만, 살만 왕세자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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