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기준금리보다 낮아져…은행 예금·대출금리도 내릴 듯
경기둔화 우려에 장·단기금리差 11년만에 최소…"소수의견은 소수일 뿐"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지헌 정수연 기자 = 1.75%에서 묶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하반기 1.50%로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런 기대를 반영한 '금리역전' 현상이 심해졌다. "아직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다"는 한은의 입장은 확고하다.
2일 한은에 따르면 시장금리의 지표로 통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1.59%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보다 0.16%포인트 낮은 것이다.
기준금리는 단기 자금시장을 거쳐 장기 시장금리로 파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와 3년물 국고채 금리의 차이는 지난달 초 0.02%포인트와 비교하면 약 8배로 확대됐다. 기준금리가 뒤따라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미리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이르면 올해 3분기, 늦어도 4분기에는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금융통화위원 1명(조동철 위원)이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내자 더 팽배해졌다.
소수의견 영향으로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0.06%포인트씩 하락한 1.72%를 기록, 기준금리를 밑돌게 됐다. 이로써 3년물은 물론 5년물(1.61%), 10년물(1.68%), 20년물, 30년물의 금리가 모두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이처럼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역전된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직후인 2012년 10월 이후 6년 7개월 만이다.
기준금리는 올해 상반기 내내 미동도 없었지만, 시장금리가 전방위적으로 하락하면서 이를 토대로 책정되는 은행의 예금·대출금리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준금리 동결 행진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한 것은 국내외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시장 참가자들이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여기는 것이다.
경기둔화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차는 10년물과 3년물의 차이를 기준으로 0.09%포인트까지 좁혀졌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가장 좁은 격차다.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성장률)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물가) 전망경로의 하방 위험이 다소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한 소수의견이 나오면 1∼4개월 안에 금리 인하가 현실화했다는 전례도 있다.
삼성선물 허태오 연구원은 "하반기 금리 인하 여건이 완연하게 충족된 이후 실제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4분기 인하를 전망했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도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고 나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잡아도 시기는 4분기"라고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등) 눈앞의 악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11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이같은 시장의 예상에 '과도하게 앞서나간 측면'이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가 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하 소수의견에 대해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은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라고 보고 있다"거나 "(소수의견이)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다소 강한 어조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잠재우려 했다.
1.75%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 즉 너무 낮은 상태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자칫 금리를 내렸다간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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