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통한 평화', '최대 압박' 내세우고 관세폭탄…성과는 '글쎄'
장기적으론 美에 손해 지적…재선 캠페인서 또다시 먹힐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 플로리다에서 2020년 대선 출마를 위한 출정식을 열겠다고 예고하면서 미 대선 정국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 올인 전략으로 정치 아웃사이더의 백악관 입성이라는 파란을 연출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경제 분야에 공을 들인 선거 캠페인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트럼프 취임 후 지난 2년 반 동안의 경험이 그에게 또다시 승리의 깃발을 안겨다 줄 수 있을지 확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압박 전술에 대한 트럼프의 의존이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에서 "재선 도전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힘을 통한 압박' 전략이 그를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과의 핵 협상뿐 아니라 중국 등 각국과의 무역협상에서 그가 전매특허로 내세웠던 '힘을 통한 압박' 전략이 처음엔 먹힐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상대방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미국에 해가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경제정책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된 북핵, 중국과의 무역협상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북핵 협상의 경우 WP는 "그(트럼프)의 '최대 압박'이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긴 했지만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역사적인 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서도 WP는 "중국은 트럼프의 압박에 협상을 시도하는 듯 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계속되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보복 조치로 맞섰고, 이는 세계 2대 경제대국 간 제로섬 충돌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관세 부과를 위협한 멕시코의 경우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박하고 장벽 비용까지 부담하라며 으름장을 놓았지만 멕시코 정부는 이렇다 할 호응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WP에 "난폭한 힘의 적용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지금 전례 없고 다면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레버리지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탁월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직 그 레버리지를 미국에 유리한 결과로 전환시키는 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트럼프는 2020 캠페인을 재선을 향한 위풍당당 행진으로 여길 테지만 세계는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만 해도 '앞으로 18개월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국가 간의 관계가 상호유기적으로 얽혀있다는 점도 트럼프식 일방적 압박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북핵 협상에도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결국 미국 유권자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고 WP는 전했다.
앤드리아 슈나이더 마켓대학 법학 교수는 "트럼프의 중대 결함 중 하나는 그가 오로지 망치만 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우리 삶 대부분이 상호작용의 반복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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