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협상 교착 속 유혈사태…미국대사관, 수단군부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에도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군부가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수단 보안군들은 3일(현지시간) 오전 수도 하르툼의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연좌 농성을 하는 시위대를 급습해 무력으로 해산을 시도했다고 로이터, dpa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수단 시위대를 주도하는 '수단직업협회'(SPA)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시위대가 농성을 해산하려는 (군인들의) 시도로 인해 유혈학살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실탄과 대규모 물리력이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단 의사단체는 군인들의 실탄 발사 등으로 5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단 군부와 시위대의 충돌로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 연대 '자유와 변화의 힘을 위한 선언'(DFCF)은 시민들에게 군부에 맞서 행진과 농성을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또 수단 주재 미국대사관은 "시위대와 민간인들을 겨냥한 수단 군인들의 공격은 잘못됐고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올해 4월 바시르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에도 국방부 앞에서 농성을 계속해왔다.
수단 과도군사위원회(TMC)와 야권은 지난달 15일 민간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위한 3년의 과도기 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양측은 과도 통치기구의 권력 배분을 둘러싸고 대립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수단 시위대는 군부가 권력 과도기의 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를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군부를 압박하려고 지난달 28∼29일 파업을 벌였다.
앞서 지난 4월 11일 수단 군부는 바시르 당시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했다며 과도군사위원회가 국가를 통치한다고 선포했다.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바시르는 30년 철권통치를 마감했고 시위대 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작년 12월 19일 수단에서 정부의 빵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뒤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4개월가량 이어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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