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10분 뒤에야 국민이 경찰에 신고…24분만에 사고 현장 도착
"교신 없었다" 증언 잇따라…초기대응 실패하면서 인명 피해 키워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유람선과 추돌 사고를 낸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가 사고 전후로 주변 선박들과 어떤 교신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들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 직후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내고 후진했다가 다시 운항을 재개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구조 활동을 외면한 뺑소니 사고라는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프 갈 헝가리 경찰청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대국민 브리핑에서 지난달 29일 오후 9시 5분에 추돌 사고가 있었으며 10분 뒤인 9시 15분 헝가리 국민으로부터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발생부터 최초 신고까지 10분이 걸렸다는 점을 공식 확인했다.
갈 대변인에 따르면 신고가 들어온 뒤 경비정이 9시 19분에 출발했으며 10분 뒤인 9시 29분 사고 장소에 도착했다.
경찰이 신고를 받은 장소와 사고가 일어난 장소도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 발표만 보면 사고 발생 후 최초 신고 때까지 추돌 사고를 낸 바이킹 시긴은 사고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은 셈이다.
바이킹 시긴이 사고를 내고도 그대로 운항한 데다 바이킹 시긴호를 뒤따라 오는 유람선도 그대로 사고 지점을 지나갔다.
1일 추가로 공개된 영상을 보면 바이킹 시긴이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추돌할 때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았다.
교신을 통해 추월을 경고했다면 속도를 늦췄을 텐데 바이킹 시긴은 멀리서 따라오던 속도대로 진행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뒤따라 오는 배는 속도를 낮추면서 앞서가는 배에 추월을 알려야 한다.
설치가 의무화된 자동선박식별장치(AIS)에는 주변 선박과의 거리도 뜨기 때문에 바이킹 시긴이 허블레아니의 경로를 몰랐을 가능성도 작다는 게 현지 선박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침몰한 허블레아니호가 속한 파노라마데크의 사주 스턴코 어틸러 회장은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주변 선박들은 바이킹 시긴의 교신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틸러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사고 당시 주변에서 다른 배를 운항했던 졸탄 톨너이 선장도 2일 TV2 인터뷰에서 "교신 라디오를 계속 보고 있었지만 사고 전에 바이킹 시긴호 선장이 라디오 교신을 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톨너이 선장은 "라디오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추월) 경고나 긴급 구조 등의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TV2는 사고 발생 후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에 도착했던 경찰도 언제 사고가 일어났는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어틸러 회장은 다뉴브강을 운항하는 유람선, 크루즈들이 공통으로 단파 무전 10번 채널로 교신하는 데 사고 당시 추월하겠다는 교신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추가 공개 영상에서 바이킹 시긴이 추돌 직후 후진했다가 다시 운항을 재개해 영상에서 사라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분 50초였다.
초기대응이 중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바이킹 시긴의 구조 조치는 사고 장면을 본 승무원들이 구명조끼 2개를 던진 게 전부였다.
현지 매체 오리고는 다뉴브강에서 운항하는 선박들은 추월 때 교신을 해야 하지만 가해 선박에 그러한 기록이 전혀 없다고 보도했다.
헝가리 언론들은 1일 구속된 바이킹 시긴의 선장이 태만과 부주의로 인명 사고를 낸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면 2∼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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