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크고 작은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수치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갈등 수준은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전반적인 사회갈등이 심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9~75세의 성인 3천8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갈등의 유형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이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87%)이다. 응답자가 '심하다'고 평가한 또 다른 유형은 경영자-노동자(81.6%), 정규직-비정규직(79%), 빈부(75.1%), 대기업-중소기업 간 갈등(71.3%)이다. 주로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이 있다.
사회를 비관적으로 보는 비율도 높았다. 우리나라가 '차별과 소외가 심한 사회'(0점)에 가까운지, '배려와 포용의 사회'(10점)에 가까운지를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평균점수는 4.53점에 불과했다. '서로 믿고 살아가는 사회', '활력이 있고 희망찬 사회', '경제적 희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회',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회'인지 여부를 묻는 평가에서도 평균은 10점 만점에 5점도 되지 않았다.
사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젊은 세대일수록 심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1974~1989년생 집단은 '포용 사회', '역동 사회'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높았고, 1990년 이후 출생자는 '신뢰 사회', '희망사회'라는 인식에 부정적이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우리나라가 '고(高)갈등 사회'이면서도 갈등을 풀어나갈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고, 젊은 세대들이 이 사회에 가지는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갈등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 후진사회가 갈등이 많고, 선진사회는 갈등이 없거나 적다고 말할 수도 없다. 선진사회일수록 갈등을 합법적·이성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일 뿐이다. '갈등의 제도화'를 통해 사회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갈등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고, 사회적 비용도 가중한다. 우리나라 사회갈등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개선되면 실질 국내 총생산(GDP)이 0.2% 정도 추가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한 민간기업 연구소의 보고서도 있다.
국가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 통합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갈등으로 인해 불안정이 고조되는 폐쇄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나아가려면 사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2018년 사회 통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 통합 중심 역할 집단'에 대한 설문 결과 정부가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국회(19%), 언론(15%), 교육계(11%) 순이었다. 설문조사가 보여주듯 사회 통합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열린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 언론·교육계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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