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손실 혐의 대신 업무상 횡령 인정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각종 국내 정치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4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단장에게 1심처럼 징역 1년 6개월과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일부 공소사실엔 면소 판결을 내렸지만 유 전 단장의 지위 등을 고려해 형량은 1심처럼 유지했다.
유 전 단장은 대북 심리전 기구인 심리전단을 활용해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게시하도록 하고, 보수단체의 관제시위와 시국 광고 등을 기획해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런 활동을 하면서 국정원 예산 11억여원을 사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유 전 단장의 공범으로 별도 기소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을 '회계 관계 직원'으로 보고 유 전 단장의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그에 따라 원 전 원장의 공범으로 기소된 유 전 단장도 국고손실 혐의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예산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을 쓴 만큼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 전 단장이 오프라인에서 벌인 정치관여 활동 중 이상돈 교수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일부는 기소 당시 이미 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유 전 단장의 휘하에서 정치관여 활동을 벌인 직원 중 일부가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라며 "피고인은 적어도 그 사람들보다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해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