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억7천만 원대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건설업자 윤중천 씨는 강간치상과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2013년 '별장 성 접대 동영상'의 존재가 드러난 지 6년 만이다.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의해 수사가 권고되거나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돼 온 핵심 의혹들인 김 전 차관의 성폭행 의혹, 당시 청와대 권력에 의한 수사외압 의혹, 윤 씨와 검찰 고위 간부들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데는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경찰과 검찰의 '김학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 과거사위에 의해 강력히 제기됐지만 결국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권력 개입과 관련된 핵심 의혹을 입증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검찰 수사단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윤 씨에게 3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는 또 다른 사업가 최 모 씨에게 3천95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또 김 전 차관이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원주 별장 등지에서 13차례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봤다. 검찰은 그러나 윤 씨의 성 접대 강요와 관련해 김 전 차관이 이런 정황을 모르고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 여성이 협박과 강요를 받는다는 사실을 성 접대 공범인 김 전 차관이 몰랐다는 점은 납득이 쉽지 않다. 수사단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2013년 당시 경찰의 김 전 차관 내사를 방해하고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입증할 단서나 정황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수사 담당 경찰들의 관련 진술이 없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지만 불거진 강력한 의혹들을 고려하면 여전히 석연치 않다.
김 전 차관에 적용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징역 12년까지 가능하지만 핵심 증거 중 일부라도 입증이 부족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난다면 처벌을 피할 수도 있다고 한다. 처벌을 안 받을 수도 있다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소 내용을 넘어 의혹은 남는다. 당시 경찰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분명하고 대가성 성 접대 의혹이 있는데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김 전 차관 등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 대가성이 나오지 않아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했다는 설명뿐이고 관련한 직무유기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한다. 뇌물죄를 적용했다면 김 전 차관과 윤 씨의 구체적인 거래 관계가 드러나 무혐의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이번 재수사는 처음부터 한계를 지녔다. 의혹이 발생한 지 10여 년이 지나 뚜렷한 단서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다. 이 때문에 경찰과 검찰의 '김학의 봐주기 수사'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드러났지만 객관적 증거를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찰과 검찰의 초기 수사는 누가 봐도 크게 부실했고 이는 두 권력 기관 개혁의 당위성을 더욱 부각하는 교훈을 주었다. 검찰이 핵심 의혹 규명에 이르진 못했지만 더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재판 과정에서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져 합당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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