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금지·폭력에 뿔난 아르헨티나 여성 수천명 거리시위

입력 2019-06-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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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금지·폭력에 뿔난 아르헨티나 여성 수천명 거리시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낙태 합법화 논쟁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사회적 이슈인 아르헨티나에서 여성들이 낙태 합법화와 여성폭력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수천 명의 아르헨티나 여성이 3일(현지시간) 녹색 스카프를 두르고 보라색 가발이나 팻말 등의 물건을 지닌 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녹색 스카프와 보라색 물건은 각각 낙태 권리 운동, 여성 인권 운동을 상징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매해 6월 3일이면 여성과 성 소수자(LGBT) 단체 등이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집회를 벌여 왔다. 당시 임신했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 의해 구타당해 숨진 14살 소녀의 죽음이 이런 집회의 기폭제가 됐다.
처음에는 여성을 향한 물리적 폭력 근절만 요구하던 이 집회는 낙태 합법화를 비롯해 여성 정책 예산 증대 등으로 목소리를 넓히고 있다.
이날 시위에서는 지난해 8월 상원에서 부결됐다가 최근 다시 발의된 임신 초기 낙태 합법화 법안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부각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하원에서 간신히 통과돼 상원으로 넘어갔으나 반대 38표, 찬성 31표로 부결했다.
이후에도 낙태 합법화 운동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주 좌파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연합인 중도우파 캄비에모스 소속 의원들도 힘을 합쳐 비슷한 내용으로 법안을 재발의했다.
다만 오는 10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올해 말까지 법안이 다시 상원 표결에 부쳐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이날 시위에서는 높아진 사회적 관심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발생하는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성토 역시 이어졌다.
지난해 사위의 손에 세 아이의 어머니이던 스물네 살 딸을 잃었다는 히오반나 루한(45)은 "우리는 여성폭력이 더 공론화되기를 바란다"며 "정부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소외된 느낌이다"라고 호소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모론시에서 온 여성들은 시위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 국가의 부재도 그렇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정부가 여성폭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인 카사 델 엔쿠엔트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3천명 가까운 여성 살해 사건이 벌어졌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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