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英 前 외무와 20분 통화…헌트 외무·고브 환경장관에 만남 제안
자신 비판해 온 코빈 노동당 대표·칸 런던시장엔 "부정적인 사람" 평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따라 영국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AFP 통신,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전 외무장관과 20여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대표적인 브렉시트(Brexit) 강경론자인 존슨 전 장관은 테리사 메이 현 총리가 물러나면 유력한 보수당 당대표 및 총리 후보 중 한명으로 꼽힌다.
존슨 전 장관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존슨 전 장관에게 직접 만날 것을 제안했지만, 존슨 전 장관이 보수당 당대표 경선 활동을 이유로 만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보수당 당대표 유력 후보인 마이클 고브 환경장관,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에게도 만남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차기 영국 총리 후보군에 대한 평가도 서슴지 않고 내놓고 있다.
이날 메이 총리와 회동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리스 (존슨)를 안다. 그를 좋아한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면서 "(영국 총리가 된다면) 매우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에 대해서도 "제러미를 안다. 그 역시 매우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날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고브 환경장관에 대해서는 "마이클 (고브)을 잘 모른다. 제러미, 그가 잘 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헌트 외무장관에게 묻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후 나이절 패라지 영국 브렉시트당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영국 주재 미국 대사의 관저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존슨 전 장관이 매우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고, 영국 차기 지도자가 유럽연합(EU)과 협상을 위해 '최고의 브렉시트론자'인 패라지 대표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내정 간섭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노동당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만약 코빈 대표가 영국 총리가 될 경우에도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인지를 묻자 "코빈을 잘 모른다. 코빈은 오늘이나 내일 나를 만나기를 원했는데 그를 만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빈 대표가 자신을 계속 비판해온 것을 의식한 듯 "비판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부정적인 사람'(negative force)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칸 런던 시장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무능하다. 그 역시 '부정적인 사람'이다. 그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전 런던에 도착하는 비행기 안에서 올린 트윗에서 "칸 시장은 런던 시장으로 매우 형편없다고 한다. 그는 '완전한 실패자'(stone cold loser)이다. 칸 시장은 매우 끔찍하고 무능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말들은 20세기 파시스트들의 그것과 닮아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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