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빈방문 전 외교결례 발언 쏟아낸 트럼프, 평소와 다른 행보
방위비 증액 요구도 점잖은 톤…"항의시위대 아주 작아" 강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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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한껏 치켜세우는 등 평소의 거친 언행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유럽연합(EU)과의 결별을 앞두고 전통적 미·영 동맹의 재확인이 절실한 영국의 극진한 환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먹혔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도 빼놓지 않았으나 비교적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런던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메이 총리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같이 일하는 것이 대단히 즐거웠다. 엄청난 전문가이자 나라를 몹시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브렉시트로 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해 메이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상대로 소송하라고 했던 것 같다"고 하자 "나 같으면 소송했을 것이지만 괜찮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끌어낸 뒤 "아마도 메이 총리는 나보다 나은 협상가"라고 치켜세웠다.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칭찬이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대응에 대한 공개 비판을 서슴지 않고 영국 방문 직전에도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교장관을 훌륭한 총리감이라고 띄워주며 메이 총리의 속을 긁어놓은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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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왕과의 만찬 및 예포를 포함한 흔치 않은 국빈방문의 영예를 제공하면서 영국 당국자들은 EU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를 확고히 하고 싶어했다"면서 "영국의 화려함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메이 총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째 대체로 외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방문 전 맹비난했던 사디크 칸 런던시장에 대해서도 "아주 좋은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는 정도로만 비난했다.
자신을 비판하며 전날 국빈만찬에 불참한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에 대해서도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안된다고 했다"는 정도만 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빈 대표에 대한 가시 돋친 언급도 삼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의 요구도 공개 거론했으나 비교적 점잖은 톤이었다.
그는 "메이 총리와 나는 나토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더 많은 나라가 (분담금으로) GDP의 최소 2%를 맞추기를 기대한다. 모든 회원국은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다른 선택은 없다.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수만 명이 동참한 트럼프 반대시위에 대해서는 "거리에 수천 명의 환영인파가 있더라"면서 "작은 항의 시위대를 보기는 했는데 아주 작았다. 이렇게 말하긴 싫지만 (대규모 항의시위가 벌어졌다는) 상당수 뉴스가 가짜뉴스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동회견에서 미국과 영국이 직면한 위협으로 핵무기 개발과 확산을 꼽았다. 그러나 이란만 거론하고 북한 등 다른 나라는 언급하지 않았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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