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배당 따른 일시적 현상" 강조…시장선 "금리인하 요구 커질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6억6천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경제주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12년도 이전엔 4월에 적자를 보인 경우가 빈번했지만, 워낙 오랜만의 적자인 데다 수출 등 경제지표가 악화한 상황이어서 불안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5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하락하며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경상수지란 한 나라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발생한 모든 경제적 거래 가운데 상품과 서비스 등의 경상거래를 구분해 기록한 통계를 말한다.
경상수지 여러 항목 중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분야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다.
상품과 서비스를 외국에 수출하면 그만큼 수요가 증가해 생산증대를 유발함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외화로 외채를 갚거나 외국에 투자해 이자나 배당금을 얻을 수도 있다.
반대로 상품과 서비스를 외국에서 수입하면 그만큼 국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 국내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대표적인 거시건전성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외부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높이고 국민소득과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적정한 수준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터키나 아르헨티나 등 최근 가파른 통화 약세를 겪은 신흥국은 대부분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한국도 1995∼1996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급속히 늘어난 게 외환위기를 불러온 단초가 됐다. 1995년, 1996년의 경상 적자 규모는 각각 102억3천만 달러, 244억6천만 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뒤 상품수지 흑자에 힘입어 연간 기준으로는 줄곧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다.
정부도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할 때 늘 경상수지를 근거로 들 정도로 경상 흑자 기조는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돼왔다.
다만 월간 기준으로는 적자를 기록한 때가 적지 않았다.
특히 배당금 지급과 해외여행 수요가 몰리는 4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였던 적이 2000∼2012년 사이 2004년(5억4천억 달러 흑자), 2009년(31억4천만 달러 흑자), 2010년(8억 달러 흑자) 등 3차례에 그쳤다. 2012년까지는 4월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월간 기준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게 2012년 4월(1억4천만 달러 적자) 이후 7년 만인 만큼 이번 적자 발표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클 수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0.4%)로 악화한 데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이후 환율마저 달러당 1,200원 턱밑까지 치솟는 등 각종 경제지표들이 불안한 게 부정적인 경제심리 형성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다.
경제당국은 4월 경상 적자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서 그 의미를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미리부터 당부해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배당금·관광수지 등) 특이 요인으로 인해서 경상수지의 흐름이 바뀐다 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월별 지표에 연연하지 말고 전체 흐름, 연간지표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월별로 보면 경상수지 기복이 심한데, 4월의 경우 배당금 지급과 관광 성수기 등 계절 요인이 있다고도 부연했다.
실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 4.7%로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15년 8%를 정점으로 이 비율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재무부는 최근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GDP 대비 6.9%로 여전히 높다"고 평가해 흑자 폭을 더 낮출 것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외환시장의 반응은 일단 일회성 적자 쪽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8원 내린 1,179.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4월 경상수지 적자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당국의 진단에 동의하면서도 경제 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경상 적자가 일시적이라고 한 한은의 설명은 팩트에 기반을 둔 얘기"라면서도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상수지까지 적자를 보이면서 경기둔화 신호가 더 강해지고 금융시장에서도 금리 인하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시기보다 수출 감소가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에 비춰보면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의 의구심이 두 달 전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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