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체코의 총리 퇴진 시위…공산정권 붕괴 후 최대

입력 2019-06-05 10:31  

점점 커지는 체코의 총리 퇴진 시위…공산정권 붕괴 후 최대
EU 보조금 스캔들 감사보고서 유출후 프라하에 12만명 운집
공산당 굴복시킨 레트나 공원서 23일 '끝장 집회'…바비스 총리 "사퇴 안 해"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그는 마피아 두목 같은 사상 최악의 총리다"
4일(현지시간) 체코 수도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을 손에 든 시민들로 넘쳐났다.
체코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장소이기도 한 이곳에 이날 모인 사람은 자그마치 12만명.
너비 60m, 길이 750m에 달하는 광장을 가득 메운 시위대는 공산정권을 붕괴시킨 1989년 시위 이후 정치 관련 집회로는 최대 규모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광장의 시민들은 유럽연합(EU) 보조금 유용 스캔들에 휩싸인 안드레이 바비스(64) 총리의 '퇴진'을 부르짖었다.
바비스 총리는 현재의 슬로바키아 태생으로 체코에서 3번째로 큰 대기업인 애그로퍼트를 운영하다가 정계에 입문, 재무장관과 경제담당 부총리 등을 거쳐 지난 2017년 총리직에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개인 자산 40억 달러(약 4조7천억원)로 체코 부호 순위 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그가 소유한 기업이 200만 유로(약 26억원)의 EU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의혹으로 체코 경찰과 EU 반부패감독청의 수사를 받았다.
체코 경찰은 지난 4월 바비스 총리에게 사기 혐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그는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측근을 앉히며 맞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조금 스캔들과 관련해 바비스 총리의 '이해 충돌' 문제를 지적한 유럽연합 감사보고서가 유출되면서, 체코 시민들은 지난 6주간 4차례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바비스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자신을 겨냥한 의혹 제기가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음모라며 버텼다.
바비스 총리에 대한 반감은 원래 반(反) 총리 성향이 강한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쿠트나호라에서 50마일을 달려 프라하 집회에 참석했다는 상인 다그마 크모코바는 "그는 마피아 두목 같다. 체코 공화국 역사상 최악의 정치인이다. 그를 생각하면 공산정권이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점원 출신의 은퇴자 바클라프 보즈데크는 "그는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와 같은 올리가르히(신흥재벌)지만 더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를 주도하는 반부패 민간기구 트랜스패런시 인터내셔널(TI) 체코지부의 다비드 온드락카 국장은 "오늘 집회는 바비스 총리의 관에 못질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TI 측은 1989년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대규모 집회가 열렸던 프라하의 레트나 공원에서 더 많은 시민이 모인 가운데 오는 23일 '끝장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온드락카 국장은 "그는 이렇게 큰 대중의 압력을 받고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는 이제 EU와 체코 예산이 필요할 때 빼 쓰는 ATM 속의 현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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