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시위 30주년 맞아 미국에 '탱크맨' 조각 세워져

입력 2019-06-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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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시위 30주년 맞아 미국에 '탱크맨' 조각 세워져
캘리포니아 LA 인근에 '자유 조각공원' 조성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맞아 미국에 톈안먼 시위를 상징하는 '탱크맨' 조각이 세워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보도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SCMP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변에서는 3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톈안먼 시위 30주년 추모집회 및 '탱크맨' 제막식을 개최했다.
탱크맨은 톈안먼 시위 당시 맨몸으로 탱크 앞을 막아섰던 베이징 시민으로, 그 장면을 찍은 사진은 전 세계에 톈안먼 유혈진압의 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 조각을 만든 천웨이밍(陳維明)은 1988년 중국을 떠나 뉴질랜드로 갔기 때문에 톈안먼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당시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가 이러한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천웨이밍은 "만약 중국에 있었다면 나는 살해당한 학생 중 한 명이었을 수 있다"며 "우리는 30년 전 발생한 6·4 학살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탱크맨 조각 앞에 놓인 탱크는 모조품으로 만들어졌지만, 조만간 유럽에서 수입한 진짜 중고 탱크로 대체될 예정이다.
천웨이밍은 중국 민주화 활동가 등과 함께 30만 달러의 돈을 모아 2015년 36에이커의 땅을 사 이곳에 '자유 조각공원'을 조성했다.
그는 2010년 홍콩에 톈안먼 시위 당시 톈안먼 광장에 세워졌던 '민주 여신상'을 본뜬 조각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 조각은 현재 홍콩중문대학 안에 세워져 있다.
탱크맨 제막식에는 톈안먼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저우펑숴, 성쉐 그리고 시위진압 당시 탱크에 다리가 으스러져 결국 절단한 팡정 등도 참석했다.
이 자유 조각공원에는 '6·4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이 기념비는 2.5m 높이의 기반 위에 '64'라는 숫자 모양의 6.4m 높이 대형 조각을 세웠다. 기반과 조각을 합치면 8.9m로, 이는 시위가 발생한 해인 1989년을 뜻한다.
이 기념비 뒷면에는 톈안먼 시위 당시 희생된 학생 206명의 이름도 새길 계획이다.
자유 조각공원에는 톈안먼 시위 당시 학생 지도부였다가 21년 동안 옥살이를 한 리왕양의 조각과 미군의 인디언 학살에 맞서 싸웠던 전설적인 인디언 추장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등의 조각도 세워졌다. 제막식에는 크레이지 호스의 후손도 참석했다.
천웨이밍 등은 "수년 내 자유 조각공원 내에 '톈안먼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으며,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자유를 위해 싸운 희생자들의 조각도 추가로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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