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철창 속 사육곰에게 해먹을 선물하다

입력 2019-06-17 06:00  

[인턴액티브] 철창 속 사육곰에게 해먹을 선물하다

(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인턴기자 = 10여년 넘게 철창 안에 들어오는 건 개 사료가 전부였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2∼3평에 불과한 우리는 몇 걸음만 움직이면 철창에 가 닿았다. 지루함과 무의미한 사투를 벌이며 평생을 살아온 곰에게 어느날 '해먹'이 생겼다.

사육 곰에게 해먹을 선물한 단체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다. 이들은 사육 곰에게 더 나은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의사와 동물보호 운동가가 모여 만든 단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전국 곰 사육농장은 31곳이며, 여기서 사육되는 곰은 525마리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웅담 이외 부위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데 웅담 수요도 줄고 있어 농가에 사육 곰은 사실상 골칫거리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육 곰들은 10년 이상 좁은 공간에서 지내다가 스트레스로 비정상적인 행동 패턴(정형행동)을 보이다 생을 마감한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지난달부터 곰 사육 농가에 해먹을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야생성을 잃어가는 사육 곰에게 자연과 조금이나마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지난달 23일 다섯 마리의 곰이 사는 전남 보성의 한 곰 사육 농가에 해먹을 설치했다. 지난 1일에는 공주대학교 특수동물과 학생들과 청주동물원을 찾아가 곰 우리에 해먹을 달아주기도 했다.
이 단체 대표인 최태규 수의사는 "야생의 곰들은 나무 위에서 잔다. 우리 안에 해먹을 설치해 사육 곰이 야생의 습성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야생동물에게 지루함은 정신 건강상 가장 큰 문제가 된다"고 해먹을 설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섯 시간에 걸쳐 해먹을 설치하자, 곰들은 낯선 해먹 줄을 씹어보고 잡아당겨 보다 곧바로 해먹 위에 올라갔다.
앞으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는 남양주, 동해, 화천 등 네 곳의 사육 곰 농장에 해먹을 더 설치할 계획이다.
최 수의사는 "여전히 500여 마리의 사육 곰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각 농장에서 괴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곰들을 한데 모아 보호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기 전까지 조금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계속 해먹을 달아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kwakhy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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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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