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공장서 6년 근무 후 진단…"너무 긴 세월이 걸렸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삼성전자 기흥공장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부에서 근무한 뒤 뇌종양 진단을 받은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처음 신청한 지 10년 만에 산재 인정을 받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한혜경(41) 씨가 지난달 30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 통지를 받았다고 5일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한씨는 1995년부터 약 6년 동안 삼성전자 기흥공장 LCD 사업부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했다. 건강에 이상을 느낀 한씨는 2001년 퇴직했고, 퇴사 후 4년 만에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한씨는 자신의 질환이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열악한 근무환경으로부터 기인했다며 2009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지만, 이듬해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한씨는 불인정 결정이 잘못됐다며 소송했지만 2015년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한씨는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재신청을 했고, 결국 공단은 앞서 내린 불인정 판정을 깨고 한씨의 산재를 인정했다. 한씨가 처음 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지 꼭 10년 만이다.
한씨는 "산재 인정 소식을 듣고 너무 기쁘다"면서도 "이렇게 긴 세월이 걸렸다는 것이 너무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나 같은 사람이 더는 없으면 좋겠다"고 반올림을 통해 밝혔다.
반올림은 입장문을 내고 "한혜경 씨는 그 누구보다도 오랜 기간 동안 열정적으로 전자산업 직업병 문제를 제기해온 사람"이라며 "첫 산재신청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여러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활동해 결국 10년 만에 산재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복지공단이 앞서 내린 불인정 결정의 부당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과거의 잘못된 판단을 시인하고 이제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단체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아직 노동자의 알 권리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가야 할 길들이 남아있다"며 "한혜경 씨가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그날까지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달 14일 한씨의 산재 인정을 축하하는 음악회를 열 예정이다.
반올림에 따르면 2008년 첫 집단 산재신청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142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전자산업 직업병 관련 산재를 신청했다.
이들 중 54명은 산재가 인정됐고, 37명이 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현재 47명이 산재 심사와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고 나머지 4명은 산재신청을 취하하거나 신청이 각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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