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환자단체 "화장품 의존해 치료시기 지연"…'질병명 표시금지' 개정안 발의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기능성 화장품에 아토피, 탈모, 여드름 등 피부질환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 화장품법이 2년 전 시행됐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크다.
대한피부과학회, 소비자시민모임 등은 5일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토피 등 질환명이 포함된 기능성 화장품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일반 소비자인 국민은 질병 이름을 표시한 화장품이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하거나 화장품에 의존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질병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치료 시기가 장기화하는 등 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 이름과 의학적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은 해당 질병에 효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으로 고가로 책정될 우려가 있다"며 "결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이는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품에 질환명을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질환명을 표시하지 않아도 '보습 기능', '피지분비 완화 기능', '모발 영양공급 기능' 등 문구로 충분히 기능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또 아토피, 여드름, 탈모 등은 유형에 따라 정확한 진단과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가 필요한 만큼 화장품에 질환명을 표기하는 것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아토피의 경우 알레르기 테스트를 통해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화장품에는 여러 성분이 포함돼 있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드름 역시 피지분비가 왕성한 청소년기에 흔히 발생하는데 이들은 광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환자들 역시 화장품에 질환명이 표시되는 데 우려를 표했다.
황인순 아토피희망나눔회 공동대표는 "아이가 아토피를 앓고 있는데 증상을 호전할 수 있는 화장품이 있다면 몇백만원이 돼도 구매하게 될 것"이라며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증아토피를 앓고 있는 환자 A(23)씨 역시 "아토피를 완화할 수 있는 화장품이 있다면 환자들은 기대를 갖고 사용할 것"이라며 "하지만 효과가 없다면 결국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성준 대한피부과학회장은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화장품을 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치료가 지연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에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지난달 14일 화장품의 표시와 광고 기준을 정비하는 내용 등을 담은 화장품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질병 명칭을 포함하거나 질병의 치료, 경감, 예방 등 기능이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는 금지하고 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5월 30일 기능성 화장품의 종류를 대폭 넓히는 내용의 개정 화장품법과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기능성 화장품 심사 규정 등을 시행했다.
관련 법안은 기능성 화장품에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차단에 이어 탈모 완화, 여드름성 피부 완화, 아토피성 피부 보습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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