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5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와 관련, 허가 및 사후관리에 철저하지 못해 국민께 혼란과 심려를 끼쳤다는 게 사과 배경이다. 그러면서 이 처장은 환자 안전 대책 수립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의 이번 사과는 지난 3월 31일 인보사에 대해 판매중지 요청을 한 지 두 달이 넘은 66일 만에 처음 내놓은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보사에 대한 판매중지 명령이 내려질 당시부터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102940]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식약처는 지난달 28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식약처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내부자 책임론 등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사과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식약처의 사과에도 국민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한 누리꾼(아이디 wolg****)은 사과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인허가 과정과 사후 감독부서에 대해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분명 내부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식약처와 코오롱의 교감이 있지 않았다면 이 주사제가 허가를 받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댓글(아이디 suoi****)도 눈에 띄었다.
더욱이 식약처는 처장이 직접 나서 사과를 하면서도, 인허가 과정의 잘잘못을 가려내기 위한 내부 감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감사보다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선 이를 지켜보자는 게 식약처 판단이라고 한다.
식약처와 산하기관인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향후 인보사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부작용 현황을 조사하는 데 대해서도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인보사 논란의 당사자인 식약처가 조사를 주도하기보다는 질병관리본부나 별도 전문가 단체 등 '제3의 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윤영호 한국건강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은 "국민 건강에 대한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에 대해 인보사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안팎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면서 "사후약방문이 될지라도 백서를 통해 원인진단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식약처에 대한 국민 불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60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청렴도 측정'에서 식약처는 10점 만점에 6.72점으로 5등급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미 식약처의 청렴도가 다른 공공기관에 견줘 크게 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지만 식약처는 이후에도 발암 논란 고혈압약이나 유해성 논란 생리대, 살충제 계란 등 일련의 사태 속에서 여전히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인보사 사태를 보는 국민의 시각이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인보사 사태를 맞은 지금, 식약처의 청렴도는 '꼴찌'를 벗어났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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