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위험 높일 수 있는 처방약 복용 줄이고 운동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과 유럽의 노인들 사이에 낙상 사고가 마치 유행병처럼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인들의 낙상 사고는 늦은 밤길에서부터 화장실에서, 또한 야외 활동 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의학지 '미국의사협회 저널'(JAMA) 최신호에 따르면 75세 이상의 미국 낙상 사망자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8천613명에서 2만5천189명으로 약 3배로 늘었다고 AP와 AF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비율은 10만명당 51명에서 122명으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별도의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5세 이상 미국인 낙상 사망자는 2만6천440명으로 나타나 이런 추세는 지속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학 노화연구소의 마르코 파호르 소장은 JAMA 논설을 통해 "대략 65세 이상 3명 중 1명꼴로 매년 넘어진다"며 "낙상은 어쩌면 노인들에게 비극적이고 삶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파호르는 이어 "낙상은 노인들 간에 최근에 주로 나타나는 유행병"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나타나는 이런 추세는 네덜란드와 스페인, 캐나다, 호주 등의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의 경우 낙상 문제를 "주요 보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낙상은 죽음의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엉덩이와 무릎, 발목 골절을 부르고, 이들 골절은 입원과 의존성 심화, 신체적 재활, 장기적인 의욕 및 정신건강 문제까지 악순환을 예고하기도 한다.
의사 겸 작가인 아툴 가완데는 자신의 저서에서 엉덩이 골절을 겪은 5명 중 1명은 결코 다시는 걷지 못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낙상 급증 현상에 대해 노인병 전문의들은 몇 가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우선 오늘날의 노인들은 과거보다 더 활동적이고, 덩달아 낙상 위험도 크다.
또 근육 약화로 이어지는 노인 비만 인구의 증가도 한몫한다.
하지만 노인병 전문의들이 주목하는 것은 만성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품 이용의 증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CDC의 엘리자베스 번스는 "불행하게도 몇몇 약품은 낙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는 "향정신성을 포함한 몇몇 약은 시력 장애, 정신착란, 졸음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아편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opioid)와 같은 일부 약의 이용은 최근 수년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노인병 학자는 낙상 위험을 줄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며 효용성이 떨어진 일상적인 처방 약 복용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고 몸의 균형을 찾는 것이 낙상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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