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세금은 내지 않고 호화생활을 누리는 상습 체납자에게 칼을 빼 들었다. 악성 고액체납자를 최대 30일간 유치장 등에 가둘 수 있게 감치 명령제를 도입하고 여권 미발급 체납자 출국도 금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재산은닉 혐의가 짙은 고액 체납자(5천만원 이상)에 대해서는 본인뿐 아니라 가까운 친인척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도 허용한다. 자동차세를 열번 이상 내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요리조리 세금 납부를 피하는 악성 체납자는 끝까지 찾아내 일벌백계하겠다는 엄중한 의지가 담긴 것 같다.
소득이 있으면 그에 걸맞은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 세금 감면 등 정책 목적에 따라 소득이 있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반드시 대의기관인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친다. 소득에 붙는 세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제도의 보호를 받고, 공공 인프라를 활용하는 대가다. 그런데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소득을 올리고,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납세의 의무를 피해가려는 것은 어떤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성실 납세자의 눈에 국가 행정력 한계의 눈을 피해 활개를 치는 악성 고액체납자들이 어떻게 비칠 것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위화감을 조성하고 일할 의욕마저 떨어뜨리는 악성 체납자를 허술하게 놔두는 것을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금 낼 돈이 없다고 버티는 체납자의 감치를 두고 지나친 것 아니냐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인권침해 논란이 없도록 감치 허용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정해야 하는 이유다. 감치는 국세청이 내부 심의를 거쳐 신청하고 검사가 청구해 법원이 결정토록 한다고 한다. 경찰이 신청하고, 검사가 청구해 법원이 결정하는 수사 사건의 구속 영장 집행 절차와 같다.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그만한 징벌에 합당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길 바란다. 재산은닉 혐의가 짙은 고액체납자의 금융거래정보 조회 범위를 확대한 것도 과도하면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이 일 수 있다. 체납자가 친인척에게 재산을 숨겨 놓았을 수 있지만 단순한 추정만으로 주변 사람들의 금융정보를 뒤지면 반감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4년부터 2017년까지 국세청이 명단을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의 체납액은 102조6천억원이라고 한다. 한 해 예산의 20%를 넘는 적지 않은 액수다. 그중에서 이 기간에 징수한 실적은 1조1천555억원으로 징수율이 1.1%에 그쳤다. 상습 체납자들이 납세를 회피하는 수단이나 방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징세 당국은 이들을 끈질기게 추적해 세금을 낼 능력이 있음을 밝혀내고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 일벌백계의 강경 대응도 필요하다. 국가의 정보자원과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첨단 기법으로 교묘해지는 납세 회피 수단을 무력화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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