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제주 총장협의회장 정홍섭 동명대 총장
"규제 때문에 교수 채용 융통성 없고 학과 폐지도 어려워"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오히려 대학 재정구조 왜곡"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26개 대학교가 회원인 총장협의회 회장에 최근 선출된 정홍섭 동명대 총장은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대학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속도로 변하는 시대에 맞춰 학과 구조조정을 하고 교육과정도 개편하고 싶지만, 정부 정책을 따르면 이를 못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정부 모든 평가에서 교수확보율을 강조하지만, 교수를 많이 확보하면 대학 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재임용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내보낼 수 없다. 사람 안 바꾸고 어떻게 대학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이 자체 개혁 차원에서 학과를 폐지하려고 해도 기존 전공 교수를 강제로 그만두게 할 수 없다"며 "교수 채용에 융통성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을 개혁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8월 시행하는 강사법과 관련해 "시간강사는 사회적인 약자이고 강사 처우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정부 재정지원 없이 대학에서 모든 강사를 책임질 수는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 총장은 "교직원 인건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고 심지어 전임 교수 임금도 제대로 못 주는 대학도 있다"며 "1년 단위로 강사를 채용하고 3년간 임용을 보장해야 하는 강사법을 지킬 수 있는 대학은 거의 없어 법 시행 이전에 대부분 강사 수를 줄이는 대신 전임강사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초빙교수나 겸임교수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이론과 실습의 경계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실험 실습 이외에 겸임교수를 못 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금, 교육과정 등에 대한 교육 당국 규제가 대학의 변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대학 등록금과 관련 "10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현행법상 대학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의 1.5배 범위내에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며 "하지만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 지원금을 못 받고 각종 재정지원사업에도 불이익을 받아 대학에서 못 올린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지원사업에 관련된 학과는 장학금도 받고 시설도 좋지만, 지원사업에 관련 없는 학과는 형편없다"며 "용도가 정해진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오히려 대학 재정과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대학 등록금을 안 풀어주면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경쟁력이 없는 대학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대학도 도산 위기에 처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대학 재정 위기로 우수 인재가 대학으로 가지 않고 해외나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실제로 국내 명문대학에서 해외 연구소에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를 초빙하려고 접촉을 했는데 급여가 5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고 고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수 봉급은 낮아지고 강의평가 등으로 일은 힘들어지고 있다"며 "각종 평가에 대비해 밤을 새워 가며 연구하고 강의 준비하다가 과로로 쓰러지는 교수도 많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단순 지식은 인공지능 스피크가 더 잘 가르치기 때문에 교수가 먼저 배운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티칭 앤 러닝(Teaching & learning)은 포기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지식을 암기하는 대신 비판적 사고와 협동, 소통, 창조적 사고를 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도록 우리 대학 교수들에게 혁신적인 교수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지역특화 인재양성을 통한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정 총장은 5월 7일 부울경제총장협의회 회의에서 "서남대 등 퇴출 대학 지역에 상권이 무너지면서 사회경제가 몰락하고 있다"며 "이런 전철을 반복 않기 위해서라도 특성화된 지역대학 실용교육, 평생교육 체제협력을 통한 지역사회교육, 대학공동체 상생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대학 위기에 맞서는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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