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경찰 "실수로 청소년 출입시킨 PC방 심야 알바생 구제해야"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부모님에게 지워진 경제 부담을 줄이고자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강모(21) 씨는 분주한 일과를 보내던 어느 날 범죄 피의자 신세가 됐다.
오후 5시에 출근해 쓰레기 비우기와 화장실 청소 등 잡무에 신경을 빼앗겨 밤 10시가 넘도록 남아있던 청소년 손님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늦은 밤 PC방에 청소년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불구속 입건된 강 씨는 지난달 3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강 씨는 수사기록이나 전과 이력이 남아 구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까 밤잠을 설치고 있다.
6일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 광산경찰서는 심야시간대에 청소년을 출입시켰다는 이유로 피의자로 입건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제도 허용범위 안에서 구제 방안을 찾는 중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이 게임물에 중독되지 않도록 밤 10시 이후 심야시간대 PC방 이용을 제한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영업 책임자인 PC방 주인뿐만 아니라 범죄 행위를 직접 저질렀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까지 처벌 대상이 된다.
강 씨와 같은 사례뿐만 아니라 위·변조한 신분증을 이용한 청소년을 출입시켰다가 단속에 걸리는 아르바이트생도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경우 신고자는 대부분 PC방 이용자인 청소년들이다.
청소년 본인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PC방 이용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경찰에 스스로 신고 전화를 건다.
경쟁 관계인 업주에게 해코지하고자 청소년을 사주해서 심야시간대 PC방에 출입시킨 뒤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광산경찰서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1년 동안 심야시간대 청소년을 출입시킨 PC방 아르바이트생 9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져 대부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 처분이다.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범죄 이력에는 수사기록이 남는다.
지난해 광산경찰서가 수사한 사례에는 없었으나 극히 드물게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경우 PC방 아르바이트생은 전과자가 된다.
광산경찰서는 생활고 등으로 소소한 범죄를 저지르는 시민을 즉결심판에 넘기는 결정과 같은 맥락에서 PC방 아르바이트생 관련 사건을 즉결심판 청구로 종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즉결심판으로 넘어가면 경찰서에 출석해 피의자 진술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사기록이 남지 않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과태료는 20만원 이하 수준이다.
한희주 광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성실하고 선량한 아르바이트생이 사회적인 상식선 이상의 처벌을 받지 않도록 구제 방안을 찾아 지역치안협의회 안건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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