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파업→잠정합의→노조부결→재협상 결렬→전면파업
내년 이후 생산물량 확보 차질…협력업체 피해 불가피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1년여를 끌어온 르노삼성차 노사분규가 노조의 전면파업 돌입으로 다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에 빠졌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5일 재협상을 위한 실무급 축소 교섭에서 회사 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날 오후 5시 45분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6월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시작 이후 전면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그동안 교섭과 부분파업, 프리미엄 휴가에 따른 공장가동 중지 등을 거듭하며 임단협 협상을 벌여 지난달 16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분규 사태를 일단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노조원 총회에서 잠정합의안이 51.8%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다시 분규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이후 재협상을 위한 협의마저 결렬돼 전면파업이라는 초강수 대치를 이어가게 됐다.
노조가 조합원에게 무기한 전면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회사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파업과정이라도 노조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재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차 노사분규가 전면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자칫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한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지난해 21만대의 차량을 생산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생산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전체 생산물량 절반을 차지하던 수출용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지난해보다 40% 줄어든 6만대로 쪼그라들었고, 내수 판매와 다른 차종 수출도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고 있다.
문제는 내년 이후 생산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신차 XM3 수출용 물량 배정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르노그룹은 조만간 글로벌 신차 XM3의 유럽 수출용 물량을 생산할 공장을 선정할 계획이지만, 유력한 후보였던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계속된 노사분규에 이은 전면파업으로 물량 유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가 XM3 수출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부산공장 생산량은 닛산 로그 물량이 고스란히 빠지면서 올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행 주야 2교대로 운영하던 근무 형태를 1교대로 전환하면서 인력 구조조정과 협력업체 피해가 불가피해진다.
르노삼성차 노사분규가 길어지면서 이미 부산의 한 협력업체는 공장 문을 닫았고 다른 협력업체들도 조업을 단축하는 등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르노삼성차는 2017년 매출 기준으로 전국 100대 기업에 포함된 유일한 부산 기업"이라며 "대표기업인 르노삼성차가 전면파업 등 노사분규가 심화하면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르노삼성차는 매출이 부산 지역내총생산(GRDP)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수출도 부산 총 수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josep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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